[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공공부문 정상화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 비정상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이 쌓여왔다”며 “올해 공공부문의 정상화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공기업 자체의 방만·편법 경영이 심각하다”며 “경영이 부실한데도 성과급과 과도한 북리후생비를 지급하고 무분별한 해외 자원개발과 투자 등 외형확대에 치중하고 유사·중복사업을 불필요하게 추진한다든지 자회사를 세워 자기 식구를 챙기는 잘못된 관행들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 ‘공공부문 개혁’ 집권 2년차 핵심사업 부상
박 대통령이 이처럼 공공부문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집권 2년차 경제회복에 공공부문이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지금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 부채보다 많아 일부 공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기업 부채가 해소되지 않으면 부담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경제 성장 과실이 국민 전체에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재 295개 공공기관 부채 잔액은 493조원이다. 이는 2008년 290조원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치면 686개 기관의 총부채는 56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국가부채(443조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울러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방만 경영으로 지탄을 받고 잇는 공공부문에 메스를 들이대 여론의 지지를 얻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다른 정책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이달 중 워크숍을 열어 최근 부채·방만 경영으로 물의를 빚은 38개 공공기관장으로부터 경영개선 방안을 보고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힘 실리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부작용 우려도
박 대통령이 직접 공공부문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10대 핵심과제에 △공공부문 방만 운영·예산 낭비 △공공인프라 관리부실·비리 △공공부문 특혜채용·재취업 관행 등을 꼽았고, 기획재정부는 당장 이달 말까지 공공기관들로부터 정상화 대책을 제출받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감사원도 지난해 12월 말부터 공공기관감사국을 중심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채가 많은 LH공사, 한국전력 등 12개 공공기관에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자산 이외 모든 자산의 매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공공기관 임직원의 복리후생을 공무원 수준으로 맞추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공공기관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에서 경영개선 자구책을 재차 분석하는 공기업도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이 부채·방만 경영 정상화 계획을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할 만큼 공공서비스에 필요하거나 ‘알짜 자산’을 헐값에 내다 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코레일경영을 효율화하겠다며 추진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철도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혔듯 다른 공공 부문의 개혁 작업 역시 민영화 등 이슈와 맞물리면서 또 다른 사회갈등 요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