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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 연구진 새 물질 발표에 학계 실망…"달라진 것 없다"

강민구 기자I 2024.03.05 15:07:05

美 물리학회 발표 통해 초전도체 영상, 자료 등 공개
2종 초전도체 특성보인다고 주장했지만 학계 부정적
전문가들 "LK99와 차이 없어, 기본 무시한 연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물질 LK-99를 공개해 과학계를 들썩이게 했던 연구진이 새 물질 ‘PCPOSOS’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 물리학회에서 지난 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PCPOSOS의 상온 초전도성이 입증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학계는 “달라진게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현탁 교수가 지난 4일 밤 미국물리학회 3월 미팅에서 PCPOSOS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독자 제공)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매리대 교수는 한국시각 지난 4일 밤 11시12분부터 약 12분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3월 미팅에서 PCPOSOS에 대한 저항 측정 결과와 부양실험 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자료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LK-99 핵심 연구진들이 함께 작성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PCPOSOS는 기존 LK-99에 ‘황’을 추가해 개발된 물질이다. 연구자들은 PCPOSOS가 제로(0) 저항, 마이스너 효과, 자석 위에서 부분 부상 등 초전도체 특성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기존 초전도체와 달리 물질 일부만 뜨는 부분 부상 현상은 자석의 자기장이 불균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2종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상부와 하부 임계 자기장이 존재해 해당 자기장을 경계로 초전도 특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자석을 움직이면 공중 부양 위치가 돌아가는 ‘자기 선속고정’도 초전도체 특성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에서 김 교수는 실물 공개 없이 PCPOSOS라고 주장하는 물질을 찍은 동영상만 공개하고, 관측 데이터들에 대해 설명했다. 동영상 속에서 해당 물질은 자석 위에서 부분적으로 부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PCPOSOS에서 ‘완전 부양’과 ‘전기 저항 0’이 함께 나타나야 초전도체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발표에서 충분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창영 서울대 교수(LK-99 검증위원회 위원장)는 “작년 발표와 달라진 게 없는데다가 그래프나 관측자료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거나 실험 방법이 잘못됐다”며 “저항을 비저항으로 변환하는 등 기본적인 실험방법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부양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학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기대하는 미국물리학회지(Applied Physics Letters) 등재 가능성도 일축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학회 자리는 학생들도 돈 내고 등록하고 신청만 하면 발표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검증과는 거리가 있다”며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논문이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 실망해 그동안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지지했던 연구자들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35년 넘게 초전도 분야를 연구해 온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대로면 ‘나라 망신’이라며 안타까운 입장을 보였다.

김 박사는 “학계에서 검증 작업을 해나가야 하는데 자신들의 주장만 하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이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이 없다”며 “초전도체가 아니더라도 자석에서 부양하는게 많은데 계속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 초전도에 대한 지식이 약해보이는데 계속 본인들 주장만 하다보면 고립되고 나라를 망신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하는 물질 LK-99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를 온라인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후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재현 실험 결과를 분석했으나, 이 물질이 상온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같은 해 12월 결론 내렸다.

초전도저온학회는 이번 발표도 그때 결론과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경달 초전도저온학회장은 “그때(LK-99 검증)와 변동된 부분이 없다”라며 “국내외 공인기관에서 적정한 데이터가 함께 제시되기 전까지는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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