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한국경쟁법학회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 세미나 발제에 나서 “현실과 맞지 않은 규정으로 중소납품업자들만 애로 겪게 된 상황”이라고 이 규정의 문제를 짚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50% 넘는 판촉비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납품업자가 ‘자발적’이고, ‘차별적’인 판촉행사를 먼저 요청한 경우만 예외로 둔다.
하지만 자발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2020년 5월 판촉 행사를 더욱 위축시키는 판결을 내놨다. 유통업자의 강제가 없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납품업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판촉행사를 기획하고 요청해야 하며 자발성에 관한 증명 책임은 대규모유통업자에 있다고 못 박은 것이다.
심 교수는 이날 판촉행사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건 납품업자, 유통업자, 소비자 가운데 납품업자라고 지목했다. 그는 “납품업자는 신제품 홍보를 위해서,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재고처리를 위해 판촉이 필요하다”며 “판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납품업자의 손해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유통업자의 경우엔 비용의 절반을 지불하면서 판촉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책이 부족하단 얘기다.
실제로 이 규정은 벌써 수년째 유명무실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됐던 2020년 적극적인 판촉 행사로 소비를 증진시켜 재고를 소진하겠다며 납품업계와 유통업체가 판촉행사 관련 규정 완화를 요청하자 이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마련·시행했다. 납품업자가 행사 참여여부, 품목, 할인율 등 판촉행사 관련 핵심사안을 자율 결정하면 유통업체는 판촉비용의 50% 이상을 납품업자에게서 받아도 된다.
심 교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법 규정과 다르게 시행되는 것보단 규정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선 대규모유통업법 전체에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됐다.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TV홈쇼핑, 이커머스 등 새로운 영역과 업체들이 출현하면서, 제정된 지 10년된 이 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많은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법 규제가 한계에 도달해 큰 틀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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