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후 17일 새벽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한국 방문은 2019년 6월 이후 3년 만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등에 왕세자의 짐이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계에서는 왕세자가 이르면 17일 저녁 또는 18일 새벽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짧은 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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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포스코, 삼성물산 등 5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네옴시티의 ‘그린 수소’(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의 관심은 빈 살만 왕세자가 누구와 만나 어떤 투자 보따리를 풀 것이냐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과의 차담회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을 방문해 환담했던 그룹 총수 중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 사업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총수와 만남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자 추진하는 국가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다.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첨단 미래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5000억달러(665조원)에 이른다. 친환경 주거·상업 도시인 ‘더 라인’과 팔각형 구조의 최첨단 산업도시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 저탄소 도시를 조성하기 때문에 건설은 물론 초고속 통신망과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등 전방위 산업이 모두 연계되는 초대형 사업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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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은 이미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서 그를 환담했고 같은 해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해 왕세자를 면담하기도 했다. 그간의 교류를 고려해볼 때 이번 만남에서 네옴시티와 관련한 추가 협력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그간 정의선 회장이 전기·수소차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구축에 이르기까지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을 강조해온 만큼 이에 대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의 경우 수소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강점을 살려 네옴시티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은 빈 살만 왕세자 방문에 맞춰 이사회를 열고 석유화학사업인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샤힌 프로젝트는 최대 8조원을 투자해 연 180만t 규모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생산 비중을 현재 12%에서 25%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건설업계에서는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연말부터 더라인 터널 공사 발주가 추가로 예정돼 있어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내 대형 건설사와 함께 사우디를 방문해 홍보에 나서는 등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경우 빈 살만 왕세자와 에너지·스마트시티 관련 첨단 기술에 대한 협력 방안을 공유하며 교류해 왔다”며 “이번 재계 총수와의 차담회 등을 통해 가시적인 협력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