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진해운 속살 파헤쳐..'한달간 실사'

정태선 기자I 2013.11.11 16:57:07

대한항공 재무통 10여명 파견, 구조조정 예고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영향력 축소..김영민 사장 사의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강도 높은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에 최근 150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이후 후속조치다. 실사 결과에 따라 독립경영을 해 온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사진)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대한항공의 입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11일 대한항공(003490)은 “한진해운의 기업가치 유지 및 성장 가능성, 상환 능력 및 재무적 건전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사를 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주주들이 한진해운 재무구조에 대한 실사를 강력히 요구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사는 한달 정도 진행되며, 현재 대한항공 재무담당 직원 10여명이 한진해운의 재무상황 뿐 아니라 선박 주문 및 대여상황, 사업계획의 적정성 등 경영진의 경영능력 검증 형태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003490)은 이번 실사에 관해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가운데 경영진의 배임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진해운이 은행권으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 연대책임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재무구조나 경영 상태를 상세히 살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사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의 살림을 맡아왔던 김영민 사장은 경영 실적 부진과 영구채 발행 지체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김 사장 사퇴는 대한항공 실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실사에 착수하면서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 것도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씨티은행 부행장을 그만두고 나서 2001년 한진해운으로 옮긴 재무통이다. 최은영 회장을 도와 한진그룹으로부터 한진해운이 계열분리하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문 닫을 정도로 한진해운이 어려워지고 경영권 독립도 당분간 힘들게 된 만큼 운신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대한항공이 1500억원 지원 조건으로 한진해운홀딩스로부터 받은 담보는 한진해운 주식 192만주다. 대여금리는 5.40%으로 만기는 1년이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린 1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제공된 한진해운 지분 15.36%가 조양호 회장에게 넘어가게 돼 계열분리가 힘들어 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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