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사업을 미국 씨게이트 테크놀로지에 매각했다.
지난 20년간 진행해왔던 HDD 사업을 매각한 것은 시장이 차세대 보조기억장치인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DD를 씨게이트에 넘기는 대신, 양도금의 절반은 씨게이트 주식으로 받았다.
씨게이트의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낸드플래시를 씨게이트에 대량 공급하는 등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 시장 바뀌고 수익성 악화되고…"사업 지속 이유없다"
삼성전자는 19일 13억7500만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에 HDD 사업부를 씨게이트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양도 금액 중 절반을 현금(6억8750만달러)로 받고, 나머지는 씨게이트의 지분 9.6%로 받을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전자는 씨게이트의 2대 주주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다. 재무적 투자자를 제외하면 최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HDD는 원판형 알루미늄 기판에 자료를 저장하는 보조기억장치다. 삼성전자가 HDD 제품을 처음 생산한 것은 지난 1989년으로 지난 20여 년간 제품을 생산해왔다.
삼성전자가 HDD 사업부를 매각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소속된 HDD 사업부는 지속적인 적자 사업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점도 매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 HDD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31억달러(약 3조6000억달러)로 시장점유율 9.4%를 기록했다.
현재 HDD 시장 1위는 씨게이트, 2위는 웨스턴디지털이다. 최근 웨스턴디지털은 3위 업체인 히타치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5위인 삼성전자의 시장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스토리지 시장이 급속히 SSD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애플의 노트PC 신제품 등에는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SSD가 탑재됐으며,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자체 브랜드 SSD 470 모델은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HDD보다 얇으면서도 훨씬 빠르고 충격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계속 HDD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는 시장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삼성전자는 SSD 사업에 집중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씨게이트와 협력, 더욱 강하게"
삼성전자는 이번 매각을 통해 씨게이트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기업용 SSD 컨트롤러 기술 개발을 위해 씨게이트와 손잡는 등 협력을 진행해 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씨게이트 2대 주주가 된 삼성전자는 앞으로 낸드플래시를 씨게이트의 SSD 제품용으로 대량 공급할 예정이다. 씨게이트는 삼성전자 PC 사업부에 HDD를 대량 공급할 예정이며, 특허 상호 라이선스 계약 확대, 스토리지 솔루션 공동개발 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와 씨게이트 간의 윈-윈 전략"이라며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LSI 등 반도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LSI, HDD 등 세 부문으로 구성돼 있었다.
한편 1400여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HDD 사업부 임직원은 자신의 희망에 따라 회사에 잔류하거나 씨게이트로 이직할 수 있다. 잔류를 원하는 임직원은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부에서 근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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