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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생인 구본욱 후보는 충남고·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뒤 LG그룹에 1994년 입사했다. 경리부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LG그룹 내 LIG손보에서 전략부장을 지냈다. KB손보로 사명을 변경한 2015년 경영관리부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 경영관리부문장(CFO),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등 회사 내 주요 요직을 맡았다.
구본욱 전무가 내부에선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으로 꼽히는 인사지만 부사장직을 거치지 않고 고속 승진했다는 점, 첫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깜짝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KB손보 직원은 “내부서도 놀란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인사 코드인 ‘안정 속 변화’, ‘내부 인재 중심’에 잘 맞는 인사라는 평도 나온다. 구 후보자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두터운 심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양 회장이 KB손해보험 대표에 취임한 뒤 구본욱 후보자는 2017년 상무보로 승진했고 2018년 상무, 2020년 전무로 잇따라 승진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은 KB손보 대표 시절부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스킨십도 많고 소통도 잘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며 “회장 취임 후 첫 인사를 내면서 전문성, 시너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권 변화 바람이 거센 만큼, 전문성 높은 인사를 중용하면서도 새 얼굴을 내세우는 전략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KB손보가 KB금융의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지만,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2년차에 접어들면서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가 필요해서다. KB손보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680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순익(5815억원)을 넘어섰다.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7조9450억원에서 올 9월 9조1840억원으로 15.59% 늘었다.
한편 보험권에선 이번 발탁 인사로 손보업계 세대교체 흐름이 더 거세졌다고 보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사 톱5(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중 3곳이나 최근 수장 교체를 결정했다.
삼성화재는 이달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로 이문화 전 삼성생명 부사장을 내정했다. 앞서 메리츠화재도 40대 중반인 김중현 부사장을 새 대표로 발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