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 2020년 수준으로…시장 부양은 무리(종합)

박종화 기자I 2022.11.23 16:04:36

국토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
내년 아파트 공시가 현실화율 72.7%→69.0%
1주택자 재산세 추가 인하...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
세제 개편 지지부진한 상황서 효과 제한적
공시가 현실화율 90% 목표 폐지 유력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간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늘어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나머지 세제 개편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부동산 공시가격 대부분 올해보다 낮아질 듯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수정안을 23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따르는 대신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하는 게 핵심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도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2.7%가 돼야 하지만 정부는 69.0%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 현실화율(71.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표준주택(단독·다가구주택)과 표준지(토지)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이전 계획보다 각각 6.8%포인트(60.4%→53.6%), 9.2%포인트(74.7%→65.5%) 하향된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목표 현실화율을 곱해 산정하기 때문에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은 대부분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지 않아도 부동산 시세가 지난해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춘 건 보유세를 매기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금 부담이 과중해졌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일부 부동산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넘어서는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잠실5단지 84㎡ 보유세 1438만→1227만원

이번 결정으로 보유세 부담도 줄게 됐다. 이데일리가 이날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보유세 변동을 조사한 결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4㎡형 내년 공시가격은 기존 계획보다 2억7280만원(26억710만원→23억3430만원)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유세 부담도 1주택자 기준 1438만원에서 1227만원으로 감소한다.

정부는 1주택자에 한해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출 계획이어서 세금 부담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올 6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춘 바 있는데 내년엔 45%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인하 수준은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된 후인 4월 확정하기로 했지만 법적 상한인 40%까지 낮아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재산세 과표상한제도도 도입한다. 전년 대비 과세표준이 5% 넘게 상승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조치와 더불어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종부세 세제개편안을 개정하면 국민의 보유 부담은 공약에서 약속했던 것과 같이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부담이 낮아지면 가뜩이나 고금리에 시달리는 주택 보유자에게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 다만 낮아진 보유세 부담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세금 부담이 극적으로 줄어야 하는데 아직 종부세 등 근본적인 세제 개편은 미진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주택 거래량이 되살아나거나 가격이 상승 반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들었다.

원 장관은 세법 개정에 관해 “현실적으로 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세법 개정안이 통과가 안 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조정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공시가 현실화 90% 목표, 시장에 대한 무지”

국토부는 2025~2035년까지 현실화율 90%를 달성한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목표를 수정할지는 내년 하반기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로드맵이 적용된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폐기에 준하는 개편이 유력하다. 원 장관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목표에 대해 “시장 자체에 대한 무지”라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장기적으로 시세를 공시가격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한 부동산 공시법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번 공시가격 하향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한다. 참여연대는 이날 “공시가격의 낮은 현실화율로 부동산 보유세의 누락규모를 키웠고 종합부동산세의 누진적 과세 기능이 훼손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방침은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조정흔 경제정책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감정평가사)은 “지금 같이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시세를 갖고 공시가격을 매기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기왕 로드맵을 만들었으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현실화율이 높이고 내리는 게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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