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5월 31일, 주택가에선 본투표소와 후보의 주요 공약 등 투표에 필요한 정보들이 담긴 선거 공보물이 방치돼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과거와 달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고, 디지털 문화 안착에 우편함 자체를 살피지 않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선거 공보물은 애물단지로 전락해가는 양상이다. 세금 낭비 등을 막기 위해선 세금·공공요금 고지서처럼 선거 공보물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4132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엔 7574명이 후보로 나섰다. 전국의 유권자 가정에 뿌려진 선거공보물만 5억8000만부가량이다. 광역·기초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교육감·교육의원 등을 한꺼번에 뽑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약 4억부)보다 많은 공보물이 인쇄됐다. 공보물은 애초 후보자의 선거비용으로 만든 뒤, 선거가 끝난 뒤에 10% 이상 의미 있는 득표를 한 후보자에겐 국민 세금으로 그 비용을 되돌려준다. 결국 제작에 세비가 투입된단 얘기다.
전국 단위 대규모 선거 때마다 공보물이 쏟아지지만 유권자의 관심은 미적지근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41)씨는 “우편함에서 꺼내려다 너무 두툼해서 그냥 내버려뒀다”며 “서울시장 후보, 구청장 후보 등 주요 후보는 뉴스를 통해 대충 알고 있어서 별로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강동구에 사는 대학생 이모(25)씨 역시 “대선 끝나고 얼마 안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데, 뽑아야 할 후보는 많고 공보물이 두꺼워 다 보기가 어렵다”며 “종이보다는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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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에선 공보물 배포엔 공을 들이지만, 수거엔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현수막 등은 지자체가 수거하는 경우가 있지만, 가정으로 배달되는 공보물은 선관위나 구청 차원에서 따로 직접 회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구청 관계자도 “막상 수거했다가는 오히려 ‘공보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항의가 들어올 수 있어 폐기물 수거 차원에서 단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권자의 무관심 속 낭비되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일회용’도 되지 못할 공보물을 만들기 위해 나무와 종이도 버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문화확산 등 시대적 변화에 맞춰 공보물 배포에도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세금고지서처럼 디지털과 종이 책자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만하단 제언이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95%가 넘었지만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종이 공보물이 계속 발송되고 있다”며 “선거 과정에서 국민 세금이 더욱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보급률 등이 높아져도 선거 공보물은 정보 취약 계층 등을 포함한 모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아직도 가정마다 배달되는 것”이라며 “시대 변화를 고려하되 여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들까지 고려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