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하는 '86 운동권', 김영춘 이어 최재성도…"정치 그만둔다"(종합)

박기주 기자I 2022.04.06 14:26:25

민주화운동 주도한 86그룹 잇단 정계은퇴 선언
대표 '친문' 최재성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소명 필요"
김영춘 "시대가 변하고 있다…거대담론의 시대 저물고 있어"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대 들어 정치권을 주도해온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운동권 세대의 퇴장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사진= 이데일리DB)
◇최재성 전 수석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소명 필요…정치 그만둔다”

최 전 수석은 6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부로 정치를 그만둔다. 그동안 함께해 온 많은 분들이 있다. 너무 많은 빚을 졌고, 잊지 않고 두고두고 갚겠다”며 정계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최 전 수석은 “근 20년을 정치를 해왔다.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믿었다”며 “첫 출마를 하던 20년 전의 마음을 돌이켜봤다. 제 소명이 욕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겁게 걸머지고 온 저의 소명을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고 은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치인은 단언을 꺼려 하지만, 단언하건대 저는 이제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정치는 그만 두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작은 일이라도 있다면 찾겠다”고 덧붙였다.

최 전 수석은 동국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86 운동권’ 출신의 4선 의원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에는 정세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의해 대변인으로 발탁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던 시절 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되며 친문재인계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김영춘 전 장관 (사진= 연합뉴스)
◇김영춘 “거대담론의 시대 아닌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

앞서 지난달 21일 또 다른 86 운동권의 대표 주자였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정치를 그만둔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민주화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고, 16대 총선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 후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했다.

김 전 장관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느낀 우선적인 소감”이라며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 국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고 일상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고 생활정치의 시대가 왔다면 나는 거기에 적합한 정치인인가를 자문자답해봤다.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며 “그래서 다른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86 세대의 맏형격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지난 대선 이후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이날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특정 세대가 공천 전체 비율의 5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등 기존 정치권 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86세대의 퇴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치권의 구성원도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시대가 갖는 의미에 적합했던 인물들이 점차 변화하는 시대적 의미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득권이 유리한) 정치 속성상 김 전 장관과 최 전 수석이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다. 반대로 시대적 의미를 읽은 인물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그런 사람들이 먼저 사퇴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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