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네티즌 압박에 BTS 지운 삼성·현대차…외신들 "과도한 민족주의"

조민정 기자I 2020.10.13 12:10:00

中 웨이보서 해시태그 운동·불매운동으로 이어져
NYT "도발 아닌 포괄적인 의미일 뿐..악의없는 말"
갭·코치·지방시 등 기업도 중국 불매운동에 사과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민정 인턴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이른바 ‘한국전쟁 70주년’ 언급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의 분노가 멈추지 않자 삼성과 현대 등 글로벌 기업이 BTS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애국주의 정신을 강조하는 중국 네티즌의 성화에 눈치 보기란 지적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BTS 수상소감에 대해 “도발 의도가 아닌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악의없는 말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과 휠라 등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애국주의를 따르며 K팝 밴드(BTS)와 협력한 흔적을 없애고 거리를 뒀다”고 보도했다.

BTS의 리더 RM은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며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 누리꾼은 수상소감에 등장한 ‘양국’이 미국과 한국만을 의미한다는 이유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한국전쟁에 참여한 자국군에 대한 희생을 높이 평가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광저우에 거주하는 중국 대학생은 NYT와 인터뷰에서 “BTS가 우리와 같은 정치적 견해를 가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우리의 돈과 지원을 받아왔다. 그에 따라 모든 나라를 존중하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란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우리나라보다 우선순위인 아이돌은 없다”와 “중국 모욕한 BTS”라는 해시태그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또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0 BTS 에디션’을 판매하는 삼성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웨이보에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글을 게시하며 BTS 관련 상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BTS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거나 홍보 마케팅으로 활용하던 기업들은 현재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삼성은 웹사이트와 인터넷 쇼핑 플랫폼에서 광고를 모두 내렸고 2019년부터 BTS를 홍보대사로 내세운 휠라(FILA)도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베이징 현대차그룹 또한 중국 SNS에서 BTS 관련 광고를 모두 삭제한 상태다. 중국 누리꾼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누리꾼의 불매운동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눈치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갭(GAP)은 티셔츠에 대만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사과했고 2019년 명품 브랜드인 코치와 지방시, 베르사체는 티셔츠에 홍콩을 별도 영토인 것처럼 그려 넣어 중국의 자주권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결국 모든 제품을 회수하고 공식사과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대기업들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 있음을 보여준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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