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생선 유통 중 변질 여부 '스티커'로 쉽게 확인한다

강민구 기자I 2020.04.07 12:00:00

화학연 연구진,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 개발
식료품 변질 여부 쉽게 확인...신선 배송 시장에 활용 가능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민이 생선, 고기, 과일 등 식료품의 변질 여부를 스티커로 쉽게 확인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오동엽·박제영·황성연·최세진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사팀이 저온유통에 활용할 수 있는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를 만들었다고 7일 밝혔다.

냉장고에서 꺼낸 햄버거 패티를 2시간 동안 상온에 두면 포장지에 부착한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에 이미지가 나타난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냉장·냉동 보관된 식품이 상온에 노출되면 세균이 증식하지만 눈으로 변질 여부를 알기 어렵다. 특정 세균이 서식해도 식품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고, 냉동식품을 녹았다가 다시 얼려도 외관상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티커를 이용하면 냉장·냉동 배송차량의 오작동으로 식품이 상한 것을 모르고 먹어 발생하는 식중독과 햄버거병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스티커는 얇고 유연한 특성을 갖췄고, 제조비용이 낮다. 또 임의로 조작할 수 없어 신선 배송시장에서 활용성이 높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나노섬유 필름의 뒷면에 일반 필름을 붙여 스티커를 만들었다. 필름은 가느다란 실이 교차한 안정된 형태로, 빛을 산란시켜 불투명하다. 하지만 상온에 일정 시간 동안 노출되면 나노섬유 구조가 붕괴하면서 빛이 투과해 투명해진다.

이같은 원리로 상온에 노출된 스티커 앞면의 나노섬유 필름이 투명해지면 뒷면의 일반 필름 이미지가 나타나 식료품의 변질 여부를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식료품에 따라 부패시간이 다른 점에 착안해 상온에서 필름이 투명해지는 시간도 조절했다. 스티커별로 최단 30분에서 최장 24시간 후 투명해지도록 일종의 타이머를 설정했다.

스티커는 식료품 외에도 비싼 의약품 저온유통에도 활용할 수 있다. 스티커 자체가 얇고 유연하면서 예상 제작 비용이 개당 10원대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쟁제품으로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고가 의약품의 저온 유통 용도로 만든 키트가 있다. 키트는 특수 잉크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상온 노출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을 활용하는데 다양한 제품에 부착하기 어렵고,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최세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의약품 유통용으로 쓰이는 키트는 파손되면 특수 잉크가 흘러나올 위험성이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는 유통 과정에서 손상돼도 화학물질 유출 우려도 없고, 기능도 정상 작동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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