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 부합한 실적발표에도 냉담한 주가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76% 내린 4만 565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 시작 전 삼성전자가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날 장 시작 전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액은 5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6조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29% 감소했다. 이는 컨센대비 매출액 2.17%, 영업이익 6.48% 상회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증권사 컨센서스 보다 1조원 가까이 밑돌았단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56.29% 각각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선 환율 등 일회성 이익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예상치보다 상회했던 요인은 원화 약세효과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플렉서블 OLED 실적이 1분기 대비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분기의 평균 환율은 36원 상승해 환율효과가 전사적으로 2000억~3000억원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추정한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은 △IT&모바일커뮤니케이션(IM) 부문 1조 6000억원 △반도체 3조 5000억원 △디스플레이 8000억원 △컨슈머일렉트로닉스(CE) 6000억원 등이었다.
반면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에서 북미 고객과의 가동률 개런티 계약과 그에 미흡하는 주문에 관련된 성격의 일회성 이익은 9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상당한 규모의 일회성 이익을 제거할 경우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조 6000억원 수준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추정한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은 △IM 1조 6000억원 △반도체 3조 3000억원 △디스플레이 7000억원 △CE 8000억원이다.
◇ “이익 반등 4분기 말에나 이뤄질 것”
증권가에선 이번 실적발표가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시장의 전반적인 센티멘털을 개선시키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를 충족시켰을 뿐 모멘텀이 회복됐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주가가 약세를 띤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란 판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삼성전자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이 시장 전반의 실적 호전이나 턴어라운드 기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5월 이후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한·일 수출제재나 글로벌 무역분쟁의 확전 양상 등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고, IT 업황 역시 화웨이 사태나 수출제재 이슈로 저점통과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이익 반등 시점이 오는 4분기 말에야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요 둔화에 따라 반도체 바닥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데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어 반도체 업황이 바닥이 지났다고 보기엔 애매하다”며 “반도체 바닥은 올 4분기 후반이나 내년 1분기 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 들어 반도체 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7월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2206억원, SK하이닉스를 596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순매수 상위 1·2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의 반등을 기대한 저점매수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연일 순매수하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라며 “결국 반도체 업종의 실적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인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더 좋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