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와 공존의 길 마련해야[기자수첩]

황병서 기자I 2024.07.04 16:20:06

고령자 운전자 교통사고 늘지만
운전대 못 놓는 고령 노동자 등 고려 필요
진보된 기술 이점 살린 합리적 대안 기대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지난 2일 서울 중구의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운전자가 모는 역주행 승용차에 치여 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며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보이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고령자면 운전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왜 급발진 같은 사고는 노인한테서만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70세 이상이면 면허 반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게재됐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반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 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한 동시에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누구나 ‘나이 듦’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우리 사회는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까지 늘어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저출생 시대의 생산 인구 감소로 고령자의 일할 나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차를 몰 고령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산간벽지에서는 고령자의 운전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고령 운전자 문제를 기술로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일본은 2017년부터 고령자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위해 기존 차량에 비상 자동제동장치(AEBS)를 장착할 경우 고령운전자에게 10만엔과 차량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안전운전 서포트카’ 제도를 운영한다. 이로 인해 인사 사고 등은 눈에 띄고 줄고 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일괄 반납과 같은 과격한 대안보다는 진보된 기술 등의 이점을 살린 폭넓고 합리적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4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에서 학생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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