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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흥청은 지난 14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전단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유루캬라(ゆるキャラ)’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루캬라는 ‘느슨하다’는 뜻의 일본어 유루이(緩い)와 ‘마스코트 캐릭터’를 뜻하는 캬라쿠타(キャラクタ)를 합친 용어로, 특정 지역이나 이벤트 등을 홍보하는 캐릭터를 의미한다.
부흥청은 전날 관계 각료 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한 결정에 맞춰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의 안전성을 알리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삼중수소는 눈과 입이 달린 채 볼을 붉히고 있는 캐릭터 모습을 하고 있다. 부흥청은 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영상에서 트리튬이 빗물과 바닷물, 수돗물이나 인체에도 존재하며 체내에 들어가도 축적되지 않고 물과 함께 배설된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한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전 농도를 100배 이상 묽게 만들어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의 7분의 1 정도가 되도록 하고 있다면서, 한국 월성 원전에서도 삼중수소는 6분의 1 농도로 바다나 대기 중에 방출되고 있다고 빗대었다.
부흥청 원자력재해복구팀에 따르면 이 영상은 지난해 가을 일본 정부가 해양 방출로 오염수 처리 방안을 굳힌 직후, 소문에 의한 피해를 불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부흥청은 광고회사 덴쓰에 방사성 물질에 관한 정보 발신사업 예산으로만 3억700만엔(약 31억5000만원)을 발주했고, 해당 영상은 이 중 수백만엔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삼중수소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귀여운 캐릭터를 이용한 것을 놓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NHK방송은 이날 부흥청에 캐릭터 홍보와 관련해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30건 정도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의회에서도 “삼중수소가 안전하다고 의도적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활동하는 작가인 고마쓰 리켄은 마이니치신문에 “(전달 방식이) 너무 가볍고, 해양방출을 결정한 당일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 건 실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