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두환 장남 페이퍼컴퍼니 설립 진위 파악 착수

김혜미 기자I 2013.06.03 20:33:01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3일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 또는 전 전 대통령의 재산 환수 절차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에 대해 “진위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독립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는 이날 오전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4차 명단을 발표하며 재국씨가 2004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2004년은 그의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불거진 와중이어서 비자금이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재용씨에 대한 수사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73억원이 재용씨에게 흘러들어 간 것으로 나타나 해당 자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었다.

뉴스타파는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추적 과정에서 그가 최소한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고 이와 연결된 해외 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이번 의혹과 관련해 진위 여부를 파악해 본 뒤 국세청과 공조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이 들여다보는 만큼 그 과정에서 어떤 혐의의 단서나 근거가 나오면 수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페이퍼컴퍼니의 실체 등을 파악해 재국씨가 재산 해외 도피나 역외 탈세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그걸 근거로 재국씨의 재산이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추징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 사업으로 얻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자금 추적 과정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국씨의 해외 재산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게 아니라 개인 사업을 통해 조성한 것이라면 환수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재산 환수 작업과 관련해 이날부터 본격적인 팀을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다.

환수팀은 우선 과거 전 전 대통령이나 관련인에 대한 수사 기록 등을 점검하며 환수 대상이 될 재산의 단서를 찾아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공개해 달라고 재산명시 신청을 해 받아낸 자료 등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환수팀이 국세청에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자료를 요청해 확인작업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전 전 대통령과 연결된 자금인 것만 확인돼도 추징 대상이 되니까 재산 환수팀에서 좀 더 정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재산 환수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단호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광주지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사 추징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지만 시효가 만료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며 “(장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 의혹도 들려오니 끝까지 추적해 범법에 연루된 돈이 추징 안 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형법상 추징 시효는 3년이라 전 전 대통령 재산에 대한 추징 시효는 오는 10월 끝난다. 그러나 남은 기간 중 은닉 재산을 발견하면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된다.

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추징금 2천205억원이 확정 선고됐으나 17년 동안 변제한 금액은 전체 추징금의 24%인 533억원에 불과하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집행실적이 부진하자 2003년 그의 재산을 공개해 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법원에 내 공개 명령을 받아냈다. 이후 서울 연희동 자택의 별채와 가재도구 등을 가압류해 경매 처분했다.

당시 검찰이 재산명시 신청을 내자 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해 세간의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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