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엔화 가치는 1달러당 148엔대를 기록했다. 이후 다시 1달러당 149엔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3월 중순 이래 최고치다.
전날 일본은행(BOJ)은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영향으로 미일 금리 차가 줄어들며 달러 약세·엔화 강세 현상이 일어났다.
엔저 현상이 해소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그간 엔저 호황을 누렸던 기업들의 주가다. 증권시장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한때 1300 이상 하락해 심리적 저항선인 3만 8000대가 무너졌다. 토요타 자동차와 마쓰다, 닛산, 무라타, 캐논 등 수출 기업들과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미츠코시 이세탄 홀딩스 등의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현재 일본 수출기업들 가운데는 2025년 3월 예상환율을 ‘1달러=145엔’으로 상정하고 실적을 전망한 기업이 많다. 이 때문에 1달러=150엔 이상으로 환율이 유지되면 기업 실적이 상향조정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 기대가 꺾이며 가격이 되돌림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 3월 예상환율을 1달러=155엔으로 상정한 닛산자동차나 캐논의 경우, 오히려 실적 가이던스를 낮춰야 할 수도 있다.
이날 올해 4~6월 결산을 발표한 토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1조 3084억엔으로 과거치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8% 이상 떨어졌다. 엔저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축소될 것이란 시선이 반영됐다. 이번 분기 엔저에 따른 영업이익 효과는 3700억엔으로 분석됐다.
시장은 연말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45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미일 금리 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이뤄질 경우에 한해서다. 여전히 일본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가 5%포인트에 달하는 만큼, 엔화가치가 1달러당 150엔대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시장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에다 카즈오 BOJ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계속 정책금리를 끌어올려 금융완화 수준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내 소비는 약한 수준이라 BOJ의 금리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총생산(GDP)의 220%에 달하는 막대한 일본정부 부채도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다. 현재 일본 중앙정부 부채는 1325조엔으로 일본정부는 24년 기준 112조 5000억엔 중 9조 6000억엔(8.5%)을 국채 이자로 쓰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장기금리를 단계적으로 1%포인트 올린다는 가정하에 추산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3년 국채 이자 비용은 24조 8000억엔까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