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력의 일용직 건설노동자 김모(71)씨는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경기가 안 좋으면 직격탄을 맞는다. 일주일에 최소 사흘은 나가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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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데일리가 찾은 신정동 새벽 인력시장은 적막감만 감돌았다. 건설업 경기가 좋았을 당시 구직하는 일용직 건설노동자 약 200명이 모였던 이곳에는 일자리가 없다 보니 노동자들의 발걸음도 줄어들었다. 이날 새벽 인력시장을 방문한 노동자는 약 30명에 그쳤다. 그마저도 5명 정도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만난 노동자들은 최근 역대 최악의 건설 경기라고 입을 모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약 40년 경력의 남궁모(71)씨는 “40년 가까이 일용직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일이 이 정도로 없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요새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가면 잘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35년 경력의 우모(66)씨는 “원래 여기 앞에 우리를 데려가려는 (건설)업자들이 줄을 섰다”며 “그런데 요즘은 우리가 직접 찾지 않으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정동 인력시장의 일용직 건설노동자 대부분은 수도권 일대의 소규모 빌라 신축·철거 현장에 투입된다.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사기 사태까지 터지며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건설 현장 최전선에서 침체의 직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40년 가까이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일한 임연준(65)씨는 “코로나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오다보니 외국인들이 우선적으로 뽑힌다”며 “일주일에 한 번도 (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노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코로나 당시 외국인들이 입국하지 못했을 때가 훨씬 일자리가 많았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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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사무소 역시 줄어든 일거리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력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일이 경기가 좋았을 때랑 비교했을 때 50% 이상 줄었다”며 “1인당 인건비의 10%를 받는데 연결해주는 노동자 자체가 줄다 보니 사무소 운영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업계 경기는 역대 최악인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액 16위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대출 문제로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연쇄 줄도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3개월 연속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75.5에 머물렀다. 100 이하면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건설자재 등의 가격 인상 역시 건설 경기를 침체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 역시 153.37로 2년 전(120.22)에 비해 무려 27.5%가 뛰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에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6조4000억원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SOC 예산 투입은 건설 경기 부양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수 경기가 부양되고 미숙련 노동자들의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