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노동사법화 경영 위기 초래…현실맞는 법개정 시급"

손의연 기자I 2022.07.19 15:42:29

한국산업연합포럼·자동차산업연합회, 산업발전포럼 개최
"노동 사법화 지양 및 형벌 만능주의 개선 필요"
"노동 사법화, 외부 투자 저해하고 노사 갈등만 불러"
"생산 유연성 확보·현실에 맞도록 노동법 개정해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사내하도급 불법파견 소송이 산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소송에 의존하는 노동의 사법화 현상이 기업들의 경영 위기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계는 현실에 맞는 법 개정과 노사 간 합의를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포스코 등 근로자지위확인 최종심 앞둬

한국산업연합포럼(KIAF)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19일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 본 국내 노동환경’을 주제로 제23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28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산업계에서 노사간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만큼 해결책을 심도 있게 논의해보자는 취지다.

현대자동차(005380)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10년 만에 추진되는 신규인력 채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협력업체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48일째 파업 중으로 현재까지 누적 손실만 6000억원에 이른다.

노사 갈등은 소송으로 이어져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 현대제철, 한국지엠, 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파견과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동의 사법화가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노사의 자주적 문제 해결이 아닌 소송에 의존하는 노동의 사법화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주무부처의 유권해석, 지침 등에 따라 해결을 유도하고 사법부도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직장점거에 대한 문제 인식 제고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노사간 교섭력의 균형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삭제, 공권력·정치권의 과도한 개입 자제 등을 통해 노사협약을 통한 노사자치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일신상 사유에 의한 해고 규정 신설, 정리해고 요건 완화, 유연근로시간제 개선과 월 단위 연장근로와 일정 이상의 연간 임금소득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연장근로수당과 최저임금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근로시간과 노동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의 격화, 스테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위축과 저출산·고령화 심화, 디지털화, 텔레워크 확산 등에 따른 고용환경 변화에 맞춰 1953년 집단적·획일적 공장 근로를 전제로 설계된 노동법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한국의 노동법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법의 형사처벌 만능주의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최근 근로자 파견법 위반 관련 사건에서 범죄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입건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출국이 금지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사례가 있었다”며 “어느 나라나 외국인이 그 나라의 노동법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관련 제도가 많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는 사용자의 재산권 내지 시설관리권에 대한 침해가 과도한 반면 대체근로 금지 등 사용자의 방어수단이 극히 제한돼 있고 부당노동행위 적용 범위도 너무 넓다”며 “외부 노동력 활용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돼 컨설던트나 파견근로자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 대표자에 대한 형사책임이 광범위하고 수사기관의 집행도 사용자에 불리하다는 점과 근로자성 유무에 따라 법적 처우가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간 합의 존중하는 노동 혁신 필요”

법원 등 기관의 판단이 노사 합의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우려도 있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노사 쌍방의 합의에 대해서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법률 해석을 달리해 노사관계에 충격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해 대립적 노사관계를 지속시키는 우리 노동법과 관련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만기 KIAF 겸 KAIA회장은 “우리의 경직된 노동관계법은 이러한 노사간 협력까지 어렵게 하고 있어 문제”라며 “미국은 해고나 채용의 자유를 통해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있고 유럽·일본 등에선 해고는 필요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대신 근로시간이나 임금의 조정, 비정규직 활용, 전직이나 전환배치 등 내부노동시장의 유연성 발휘를 통해 노동유연성을 확보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해고의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내부노동시장의 유연성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시장수요 변화에 대한 노사간 합의에 의한 자발·창의적 대응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노사간 합의를 존중하는 대대적 노동 혁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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