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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황순현)는 16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김보름 선수가 “허위 인터뷰와 폭언·욕설로 정신적·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며 선배였던 노선영 선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였다.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팀추월 경기에서 당시 김보름·박지우에 비해 노선영은 크게 뒤처져 들어왔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노선영)에서 격차가 벌어지며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발언이 논란이 된 가운데, 노선영은 언론 인터뷰에서 “따돌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보름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국가대표 자격 발탁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십만명이 동의를 하기도 했다.
김보름은 대회 도중 기자회견을 자처해 자신의 앞선 인터뷰 태도에 대해 사과하며 왕따주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여론의 비난은 멈추질 않았다.
거센 논란 속에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왕따주행 의혹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해 같은 해 5월 “왕따주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 냈다. 선수들 사이에 격차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선 “코치진이 이를 앞선 선수들에게 알리는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름은 이후 사건 발생 2년 9개월이 지난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무수한 고통을 참고 또 참으며 견뎌왔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싶다. 평창올림픽 당시 수많은 거짓말과 괴롭힘에 대해 노선영의 대답을 듣고 싶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김보름은 소장에서 “노선영이 평창올림픽 팀추월 경기를 전후의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당했고 광고모델 제의나 협찬이 끊겨 재산상 피해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교 4년 선배인 노선영에게 2010년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직전인 2018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선영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적이 없고 김보름에 대한 폭언·욕설 논란도 운동 선배로서 허용되는 수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일단 왕따주행 의혹에 대해선 “문체부와 같이 왕따주행은 없었다”고 결론 냈다. 다만 노선영의 인터뷰에 대해선 “일부 내용은 (명예훼손 대상이 아닌) 의견표명에 불과하고, 허위로 보이는 사실의 경우엔 김보름이 아닌 빙상연맹이나 감독의 문제점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보름의 손해 발생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보름이 주장해온 노선영의 폭언·욕설은 사실로 인정됐다. 다만 2017년 11월 이전의 폭언·욕설에 대해선 “단기 소멸시효 3년이 경과했다”고 결론 냈다. 결국 2017년 11~12월 사이의 세 차례 폭언을 기준으로 위자료 300만원을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