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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경찰 비위'…국방부 직무감찰도 '부실조사' 의혹

김관용 기자I 2021.02.08 11:00:00

[군사경찰 논란 그후] 5회-끝
국방부, 군사경찰 비위 혐의 두 달여 감찰
하지만 감찰 과정서 여러 문제점 지적돼
'걸핥기'식 조사로 혐의자들 처분 '미흡'

이데일리는 최초 제보를 받은 지난 해 4월 말부터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와 국방부 조사본부 관련 의혹을 추적해 왔다. 이를 종합해 작년 11월 23일 총 7가지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본지 보도 직후 국방부 감사관실은 직무감찰을 실시해 두 달여 끝에 최근 조사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총 14명에 대해 경고·주의 처분만 내렸을 뿐 주요 혐의에 대해선 대부분 ‘면죄부’를 줬다. 당사자간 의견이 엇갈려 사실 확인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부실 감찰’ 주장으로 조사 결과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데일리는 주요 의혹과 감사 처분 논란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 감사관실은 본지가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와 국방부 조사본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지난 해 11월 23일 곧바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직무감찰담당관실 소속 감사담당관 2명을 근무지원단에 파견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당초 일주일 정도로 예상됐던 직무감찰은 2달 째 이어졌다.

본지가 제기한 의혹은 △강압수사와 허위 자백 강요 △피의자의 방어권 무력화 △부사관의 대상관범죄 △지휘관의 측근 부사관 사건 축소 및 감싸기 △군사경찰대대의 사건 은폐 △전(前) 군사경찰대대장의 특정인 사찰 △기지경계 소홀 및 은폐 등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의혹 당사자와 피해자 분리도 안해

이번 직무감찰 조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석연치 않았다. 우선은 최소한의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과 그들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대원들을 한 공간에 둔 것이다. 부대원들이 감사관에게 제대로 얘기나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관련자에 대한 직무배제나 보직해임부터 하는 예하 부대들의 조사와는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의혹 당사자들이 대대장 등 상관이다 보니 그들의 대응 논리와 자료까지 만들어 줘야 하는 피해 부대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당사자들끼리 말을 맞추거나 피해자들을 회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만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준 꼴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부대 내에서 편이 갈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사 과정에서 지휘관인 대대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회유에 넘어가거나 ‘알아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 부사관의 ‘하극상’ 사건은 대위 2명이 시작해 부대 내 공론화 된 것이지만, 그들이 중간에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 진술의 비밀성 보장 안돼

또 하나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방법의 적절성 문제다. 당초 감사관들은 기사에 적시된 관련자들을 불러 진술을 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의혹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했을 것이다. 그러면 의혹을 제기하고 피해를 진술한 이들을 다시 불러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 장교는 감사관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 추가 진술과 관련 증거가 있다며 조사를 ‘부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감사관은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다며 거절했다.

이번 군사경찰 관련 의혹은 분야가 광범위 해 부대원 설문조사가 필요했지만, 이 역시 피해를 주장한 한 간부의 건의가 있고 나서야 이뤄졌다고 한다. 게다가 설문 내용 자체도 ‘보도 내용이 사실이냐’, ‘다른 비위행위가 있어나’, ‘하고 싶은 말은 뭐냐’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누구에 대한 비위 행위를 묻는건지 확실치 않아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부대원도 ‘모른다’고 답변했다는 전언이다.

대면 조사도 허술하게 진행됐다고 느끼는 간부도 있었다. 질의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기 위해 잠깐의 시간을 갖거나, 질문의 의도를 다시 물어보면 그냥 서면으로 제출하라며 돌려보내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대면 조사 조차 독립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해 자신이 무슨 답변을 하는지 옆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대대장 등 상관의 비위 혐의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가 지키고 있는 청사 위병소와 그 뒤로 군사경찰 최상위 부대인 국방조사본부(CIC) 등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 7층을 국방부 감사관실이 사용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특정 사안 집착…주요 혐의 겉핥기식 조사

조사대상도 군사경찰이 아닌 근무지원단으로 확대하다 보니 초점이 흐려진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계 소홀 사건에 방점을 둔 조사로 근무지원단장의 지휘 책임으로 몰아가는 듯한 뉘앙스였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실 질의와 관련 후속 보도 등으로 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 하나 하나가 모두 군 기강을 흔들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도 상당 시간을 영문 경계 소홀 및 후속 조치 미흡 관련 조사에 할애했다. 이에 따라 관련 처분 조치자는 ‘경고’ 7명, ‘주의’ 7명에 달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수사와 조사는 다르다”며 이번 직무감찰의 한계점을 토로했다. 피해자들의 진술 역시 충실히 들었다는 입장이다. 조사기간이 두 달에 달하고 총 14명에 대한 처분을 내린 것도 이례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되는 ‘미미’한 징계에 그쳤다. 형사사건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감찰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당연히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국방부 근무지원단은 국방부 직할부대여서 사실상 상급부대가 국방부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 군사경찰 관련 의혹을 조사한 국방부 감사관실은 공교롭게도 군사경찰이 근무하고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 7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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