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버핏, 日기업에 7조원 투자한 까닭은

김보겸 기자I 2020.09.01 11:29:20

''원자재 위주'' 日종합상사, 코로나에 직격탄
"저평가 기업에 투자하는 버핏 원칙에 부합"
달러약세·인플레 기대로 국제시장 매력 증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종합상사 5군데에 7조원을 투자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90세 생일을 맞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종합상사에 62억달러(한화 약 7조3513억원)를 투자한 것은 평소 그가 고수해 온 ‘가치투자’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 등은 1일(현지시간)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 1년간 정기적으로 일본 종합상사 5곳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취득한 것은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하는 버핏 회장의 가치투자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 회장은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다. 그는 내재가치가 있는데도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가 투자한 일본 미쓰비시상사·이토추 상사·미쓰이 물산·스미토모 상사·마루베니 역시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주로 에너지와 원자재를 다루며 병원과 금융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한때는 일본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코로나19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며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버핏 회장이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평가된 일본 종합상사에 투자해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운용 자산의 3% 가까이를 버크셔해서웨이에 투자하고 있는 스미어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스미어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버핏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으로 투자를 이전하고 있다”며 “이들 회사는 유가(또는) 어떤 원자재 가격이라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오르면 더 많은 돈을 버는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버핏 회장이 투자한 5개 회사 중 가장 큰 미쓰비시상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마루베니의 경우 금속과 에너지 등이 수입의 90% 이상을 견인한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닥치면 원자재 등 현물을 가진 업종이 유리해지는데,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총 9조 달러 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는가 하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으로 수년간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넘어서는 것을 용인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짐 폴슨 루솔드그룹 수석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년 만에 최저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는 달러 하락이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이미 로젠월드 돌턴인베스트먼트 공동 창업자는 “일본 주식시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평가된 상태에서 계약을 맺고 있다”며 버핏 회장이 가치투자 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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