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재동 헌재 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정감사에서 한국당은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도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스스로 돌아보며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 책무도 다해야 한다”며 국회의 조속한 헌법재판관 인선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스스로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아직도 채택하지 않아 9월 19일 이후 헌법기관 마비 사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국회 책무 소홀이 다른 헌법기관의 공백사태를 초래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는 상황을 조속히 해소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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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여야 합의로 추천하더라도 청문회에서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하자가 발견되면 각 당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재 의원은 “헌재 기능 마비는 코드 인사에 대한 야당 문제제기에 민주당도 반응하지 않고 대통령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광덕 의원은 “한국당은 민주당 추천 후보자를, 민주당은 한국당 추천 후보자를 부적절하게 보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추천 후보자 선출안만 일단 통과시켜 헌재 공백을 없애자는 대안을 제시한 적 있다”며 “한국당에 책임을 묻는 건 정치공세”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문 대통령을 두둔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 말씀이 틀린 말이냐”며 “한국당은 대통령을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보시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도 “본회의 표결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 부적격자가 있다면 부결하고 적임자를 찾는 게 낫지 선출안도 상정하지 않는 건 잘못됐다”며 “국회가 표결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문제다. 책임을 따진다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야당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국회 추천 세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 표결로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후보자에게 하자가 있으면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가 헌재 기능을 못하게 만들어놓고 우리가 누구를 상대로 국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보면 헌재가 우리를 재판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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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당이 돌연 민주당 추천의 김기영 후보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며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이에 민주당은 한국당 추천 이종석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선회하며 국회 추천 3명의 선출안은 본회의에 동시 상정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헌재는 이날 국감 업무보고에서 현재의 기능 마비에 대해 언급했다. 김헌정 사무처장은 “현재 6인의 재판관으로는 정족수 7인이 충족되지 않아 평의와 심판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재판관회의 역시 정족수 미달로 불가능하다”며 “업무공백 상태가 해결돼 재판소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