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흔들리는 '마약 청정국'…6개월간 4480명 검거

이승현 기자I 2016.11.17 12:02:07

필로폰 사범이 전체의 절반 차지
양귀비 밀경사범도 1000명 넘어
"동남아 밀반입·의약품 유통상 통해 불법유통"

경찰이 검문에 불응해 도주하던 마약 투약 수배자를 차량 추격전 끝에 붙잡았다. 지난 11일 오전 50대 남성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다가 버린 필로폰 봉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캄보디아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을 배송 및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지난 5월 한모(35)씨와 김모(41)씨를 구속하고 시각 1억원 상당의 필로폰 30g을 압수했다. 한씨는 지난해 10~11월 관광객에게 돈을 주고 몸에 필로폰을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반입하게 한 뒤 이 필로폰을 과일상자에 담아 고속버스 수화물로 김씨에게 3차례 배송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1g씩 포장한 필로폰 10봉을 과일상자에 담고선 서울과 천안 등의 버스터미널 인근 화장실 변기뚜껑 등에 필로폰 봉지를 부착하는 식으로 구매자들에게 마약을 전달했다.

지난해 국내 마약류사범 검거인원이 1만 1916명에 달하면서 ‘마약 청정국’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일반인이 마약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위험성도 커졌다.

경찰청은 기존 마약수사 인력 외에 전국에 마약담당 형사를 추가 지정하고 국제범죄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 등 역량을 동원해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년동기에 비해 16.3% 늘어난 4480명을 검거하고 이 중 1054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종류별로는 △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 2962명(6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양귀비 등 마약관련 사범 1064명(23.8%) △대마 관련 사범 454명(10.1%) 등이다.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의 80.0%(2370명)는 메트암페타인(필로폰) 관련 검거인원이다. 이 밖에 수면제류 관련 사범 177명(6.0%), 식욕억제제 등 살 빼는 약 관련 사범 141명(4.8%) 등이다.

양귀비 대마 등 마약 관련 사범의 96.9%(1031명)는 양귀비를 몰래 재배하다 검거된 사람들이다. 경찰은 양귀비가 다른 마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지만 몰래 경작하는 행위를 방치하면 이를 원료로 한 아편과 모르핀, 헤로인 등 심각한 마약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필로폰의 경우 상당량을 중국에서 반입하지만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밀반입하는 등 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면제나 살 빼는 약 등은 의약품 유통상을 통한 불법구매와 과다 처방, 등으로 유통됐다. 대마는 해외 밀반입 외에 국내에서 자체재배 등으로 공급되고 인터넷 암시장을 통한 거래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검거인원은 연령별로 40대가 26.6%(1191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23.6%(1057명), 60대 이상 21.9%(983명), 50대 16.8%(752명), 20대 10.2%(459명)다.

직업별로는 무직자가 44.2%(1978명)로 압도적이었다. 그 뒤를 농업 12.5%(560명), 회사원 8.3%(372명), 자영업 5.8%(258명), 노동자 3.5%(158명), 운전사 1.8%(82명)가 이었다.

농업인의 상당수는 양귀비 밀경사범(1031명)으로 분석된다. 회사원도 필로폰 사범(144명)과 대마 사범(66명), 수면제 사범(45명), 살 빼는 약 사범(44명) 등 다양했다.

국적별로는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전년 동기 205명에 비해 63% 늘어난 336명이 검거됐다. 중국인 53.9%(181명), 태국인 33.9%(114명), 미국인 4.2%(14명) 등의 순서다.

경찰은 외국인들은 보통 같은 국적자 간에 마약류를 유통시키지만 필로폰 등 국내유통 위험이 높은 마약류를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