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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산수' 아름다운 아픔

김용운 기자I 2012.09.19 18:02:42

이세현 ''플라스틱 가든''전
사라져가는 절경 재현
분단국가 상처 녹여내

‘Between Red-162’ Oil on Linen, 200 x 300cm, 2012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이세현은 1967년 남도의 예향 통영에서 태어났다. 통영과 이웃 거제의 바다가 유년을 풍성하게 했다. 그림을 그리던 소년은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영국 런던 첼시예술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낯선 땅에서 외국인으로 생활했다. 말로만 듣던 문화적 격차를 직접 체험했다. 서양화를 공부했지만 다른 토양과 종자에서는 다른 꽃이 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나고 자란 한국을 숙고하며 이를 ‘붉은 산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두 가지 화두를 집어넣었다. 사라져가는 금수강산의 풍경을 아름답게 재현하는 것, 하지만 그 풍경에 지닌 상처들을 외면하지 말 것. 군 시절 군사분계선에서 야간보초를 서며 야간 투시경으로 세상을 봤던 기억이 단초가 됐다.

이후 그의 연작 ‘비트윈 레드’는 분단국가에서만 가능한 예술적 표현으로 호평 받으며 런던, 뉴욕, 취히리 등에서의 전시로 이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 아트 컬렉션 등 해외 유명 컬렉션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했다.

10월14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세현의 ‘플라스틱 가든’전은 ‘붉은 산수’로 주목을 받은 이세현의 대표작 ‘비트윈 레드’ 연작을 비롯해 신작 ‘레인보우’ 연작 등 회화 21점과 조각 4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기존 작품들이 여러 시점에서 역사의 상처와 사라진 과거 풍경을 표현했다면 ‘레인보우’ 연작은 현 시대의 사회적 현실과 아픔을 보여주는 파편들을 모아 원예용으로 쓰이는 분재처럼 인위적으로 담아냈다.

학고재갤러리 측은 “회화, 조각으로 재구성한 풍경을 통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함께 무차별적 개발로 인해 파괴된 국토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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