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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유가족에게 남은 심리적 아픔을 보듬기 위한 책으로 △애도 과정 △트라우마 △일상 △관계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장씨는 2011년 초 뇌사 판정을 받은 아들의 장기 4개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뇌출혈로 쓰러진 아들을 수술대에 올려 살리고자 했지만 의사에게 돌아온 대답은 수술 중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장씨는 대신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아들의 생명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그런 선택을 한 뒤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털어놨다. 그는 “제가 아이를 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면서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고 주위의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왔다. 결국엔 남을 원망하다가 내 탓으로 돌리다가 헤어나오는 과정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다른 가족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타인과 아픔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치유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2011년 아이를 보내고 2013년에 장기기증본부에서 유가족을 모신다고 해서 기뻤다”면서 “세상에서 잊힌 줄 알았는데 유족들이 모인 자리에 나가보니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유족들 모두가 흐느끼고 우는데 치유받는 감정을 느꼈다”면서 “유족분들과 형제, 자매가 된 것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 (책의) 짧은 글에 다 담진 못했지만, 그런 나의 감정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신 역시 장기 이식을 결정하며 위로 받았던 기억이 여전하다고 했다. 장씨는 “장기기증을 취소할까를 고민하면서 수차례 고민했었다”면서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잘 결정하신 것이다’, ‘아드님이 행복할 거에요’라고 말하며 손목을 잡아주는데 위로받는 느낌이었다”면서 “지금도 1년에 한 번씩 병원에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장씨는 이식인들에게 숨지 말고 당당하게 생활하면서 잘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식인 분들은 너무 미안해 하며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분들이 있다”면서도 “저희 입장에서는 잘 살아 가는 게 위로가 되니까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남의 생명을 살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데 편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남의 삶에 활력을 준 사람들로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장기 기증을 한 이식인들의 소식 정도만이라도 알고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장기 기증을 이식받은 사람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만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찾아가고 하는 것은 부작용이 생길지모르니까 서신으로나마 이식 받은 분이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