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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검찰 수사 등으로 난관에 봉착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경영 쇄신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공동체(계열사)별 자율경영 방침을 철회하고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전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주요 공동체 CEO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공동체 경영회를 주재하며 공동체 차원의 준법경영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관리 프로세스에 느슨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전 공동체 차원에서 준법·인사·재무 등 측면에서 밀착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며 “경영진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 협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고라고 언급했지만 사실상 강력한 경고의 의미가 담긴 발언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카카오 공동체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독립된 외부 기구 ‘준법과 신뢰위원회’와 관련해 “나부터 준법위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그는 “100인의 CEO를 양성하겠다”고 밝힐 만큼, 공동체 차원의 자율경영을 중시해 왔다. 지난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며 이 같은 자율경영 시스템은 한때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이 이어지며 공동체별 자율경영의 한계를 드러냈다. 법인카드로 게임 아이템 1억 원어치를 구입한 CFO, 카카오 주요 공동체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을 거치면서, 카카오 안팎에선 중앙집중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 대형로펌 기업송무 변호사는 “각 계열사에 독립된 경영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외형을 키워오는 방식이 카카오의 급성장 배경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 일련의 법적·도덕적 논란은 제한 없는 자율경영의 빈틈을 보여줬다”며 “김 위원장으로서도 더이상 자율경영 시스템만으로는 기업의 크기에 맞는 ‘준법경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167개로, 201개 계열사를 가진 SK에 이어 두 번 째 규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김소영 전 대법관 등 준법위 위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시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며 ”지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준법위 구성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