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 검색 조작” 공정위 손 들어준 법원…“플랫폼 규제 촉발” 우려도

김국배 기자I 2022.12.14 17:29:48

서울고법, 네이버 ‘시정명령·과징금 취소’ 소송 기각
“검색 알고리즘 조정, 스마트스토어 지원 의도”
“네이버 행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해당돼”
“소비자 효용 증진” 네이버 주장 수용 안 돼
네이버 항고 가능성, 학계 “규제 촉발 우려”

[이데일리 김국배 하상렬 기자] 네이버(035420)가 쇼핑 분야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 서비스에 유리하게 조작한 적이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졌다.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스마트스토어 입점 상품을 상단으로 올리고, 경쟁 오픈마켓 상품은 인위적으로 내리는 등 네이버의 차별 행위가 존재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행정6-1부(재판장 최봉희)는 14일 네이버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결과 노출 순위를 부당하게 바꿨다며 작년 1월 26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그간 네이버는 “차별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네이버가 2012년 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스마트스토어 입점 상품에 대해서만 노출 순위를 높이기 위해 1.5배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차별 행위를 했고, 네이버의 이런 행위는 스마트스토어를 지원하기 위한 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색 알고리즘 조정은 검색 결과의 다양성과 정확성을 확보해 검색 품질을 향상시키고, 소비자와 판매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네이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네이버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각종 회의자료 등 내부 문서에 의하면,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하면서 스마트스토어 상품 노출 빈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했다”며 “스마트스토어의 성장을 위해 네이버쇼핑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직접적 언급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네이버의 행위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네이버가 비교 쇼핑 서비스 시장(네이버쇼핑)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오픈마켓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오픈마켓 입점업체로 하여금 스마트스토어와 거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 시장(비교 쇼핑 서비스)과 경쟁제한 효과 발생 우려가 있는 시장(오픈마켓 시장)이 다른 경우에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성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학계에선 최근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만들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 전담 조직까지 신설하는 가운데 “법원의 이번 결정이 규제 논의로 번질까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판단으로 자칫 규제 논의가 촉발되는 것을 더 큰 악재로 보는 것이다. 가뜩이나 업계에선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우려를 표해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판단까지 봐야겠으나, 입법 논의도 자율 규제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법원의 이런 결정이 규제를 촉발시킬까 우려된다”며 “경쟁 제한과 관련해 소비자 선택권, 효용 감소 등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효과가 나타났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항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네이버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고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는 쇼핑뿐만 아니라 동영상 부문에서도 알고리즘 조정 이슈로 공정위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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