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두나무 정기 주주총회에서 카카오M 전 대표인 이성호 사외이사가 3년 임기 끝에 사임했다.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더 이상 두나무의 사외이사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두나무 공동 창업자로 3대 주주(13.6%)인 김형년 부회장도 이날 일신상의 사유로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부회장 직함은 유지한다.
대신 두나무는 정민석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임지훈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송치형 회장(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이석우 대표, 정민석 COO, 임지훈 CSO까지 4명의 사내이사만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특히 카카오의 두나무 사외이사 사임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카카오가 올해부터 메타버스, 블록체인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시작한 만큼 경쟁 관계 등을 고려한 조치기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출범시키며, 그라운드X가 해온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사업을 이관시켰다. 그라운드X는 대체불가토큰(NFT) 전문 회사로 키우려 하고 있다.
이는 모두 두나무와 부딪히는 영역이다. 두나무도 이미 지난해 ‘업비트 NFT’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까지 내놓은 상태다.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 역시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오는 2분기 중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NFT 마켓 ‘사이펄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그간 카카오와 두나무가 계열 회사라는 오해를 받아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가뜩이나 시장에서 독과점 논란에 시달려온 카카오 입장에서 독점 논란이 있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마저 계열회사라는 괜한 오해를 사는 게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빠짐으로써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재무적 투자자의 본분으로 돌아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줄고 있다. 현재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청년창업펀드 등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율은 15.3%로 2020년(21.3%)에 비하면 꽤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카카오 계열사들이 가진 지분을 모두 합치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에 이은 2대 주주이긴 하다.
한편 두나무는 이날 지난해 재무제표 안건 등도 승인했다. 두나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7046억원, 영업이익은 3조2714억원이었다. 당초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려던 등기임원 보수 한도는 작년과 같은 200억원으로 의결했다. 회사 측은 “당초 등기이사의 수를 대폭 늘릴 경우를 대비해 보수한도를 높게 잡았으나, 이전과 동일하게 200억원으로 수정해 의결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