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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부당지원한 창신INC와 계열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8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창신INC는 2016~2018년 연평균 매출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2위 신발 제조업체다. 해외생산법인 3개사(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를 통해 신발을 생산해 나이키에 납품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창신INC는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정환일 회장의 자녀가 94.42%의 지분을 보유한 서흥을 부당지원했다. 대부분의 국내 신발 OEM·ODM(제조자 개발생산) 업체들이 그룹 본사에서 직접 자재 구매대행을 하는 것과 달리 창신INC 해외법인들은 서흥을 통해 위탁 구매했다.
서흥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신의 자재 구매대행 사업에 나서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2007년 매출 75억원, 영업이익 3억원에 불과하던 서흥은 2012년 매출 1965억원, 영업이익 125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서흥, 설립 후 구매 대행…유동성 어려움 겪자 부당지원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서흥은 과도한 투자활동 등으로 2012년 말 유동성 부족을 겪었다. 창신INC는 이에 2013년 5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법인들에 구매대행 수수료를 올리도록 지시했다.
해외법인들은 완전자본잠식과 영업이익 적자 등의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기존 대비 수수료를 약 7%포인트 인상해 서흥에게 총 4588만 달러(약 534억원)를 지급했다.
공정위는 신발업계 평균 수수료율을 고려할 경우 이 같은 수수료 규모가 정상 수준의 2.3배라고 결론짓고 지급액 중 2628만 달러(305억원)을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창신INC 신발 자재 구매대행 시장에서의 서흥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며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봉쇄하는 등의 경쟁제한 효과도 초래했다고 결론 냈다.
공정위 측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주로 참여하는 간접 관련 시장인 신발 자재 시장에선 중소기업들의 지위가 경쟁상 열위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서흥은 경쟁상 지위가 부당하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합병시 아들이 최대주주…“5천만원으로 1조 회사 경영권 획득 가능”
이번 사건은 창신INC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도 이어진다. 2004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서흥은 2011년 6월부터 창신INC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했다. 부당 지원행위 와중이던 2015년 4월엔 지분 30.14%를 매입해 정환일 회장(47.25%)에 이은 2대 주주(46.18%)로 등극했다.
창신INC와 서흥이 합병할 경우 정 회장의 아들인 정동흔씨가 최대주주가 된다. 두 회사는 실제 2018년 합병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편법증여 비판 등을 고려해 이를 포기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만일 정 회장 자녀가 창신INC 최대주주가 된다면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서흥을 통해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우량회사의 경영권을 얻게 된다”며 “기존에 문제가 된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정위는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정 회장 일가를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국장은 “정 회장 일가의 직접적인 개입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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