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3년 5월 자신이 보유한 동화면세점 지분 61.56% 가운데 19.9%를 호텔신라에 넘기고 매각대금 600억원을 받았다. 김 회장은 당시 롯데관광개발에 600억원 전액을 증자로 투입해 금융권 차입금을 상환한 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계약서 상에는 계약일로부터 3년 후인 2016년 5월 김 회장이 최초금액 600억원과 연 복리 5%를 적용한 이자 115억원 등 총 715억원을 갚지 못하면 호텔신라가 아무런 조건 없이 김 회장 지분 30.2%를 추가로 취득하고 경영권을 넘겨받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동화면세점은 상환 만기일인 12월 19일까지 호텔신라에 715억원을 되돌려주지 못했고, 이에 따라 10% 가산율이 적용돼 총 788억원의 처분금액을 1차 연장일인 2월 23일까지 갚기로 했다. 양사가 데드라인으로 잡은 날짜는 7월 23일이다.
문제는 매도청구권 행사 금액이 아니라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을 경영하겠다는 의사를 접었다는 점이다. 현재 동화면세점 지분은 김 회장이 41.66%, 김 회장의 부인인 신정희 공동대표가 21.58%, 김 회장의 아들인 김한성 공동대표가 7.92%를 보유한 사실상 가족기업이다. 김 회장은 롯데관광개발 지분 43.55%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율이 82.86%에 달한다. 갚을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갚을 의사가 없다는 의미다.
양사의 사정을 잘 아는 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호텔신라에서도 김 회장의 보유지분만 5000억~6000억원이 되는데 왜 갚지 않느냐 하면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김 회장은 어떻게든 동화면세점을 살려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현 상황에서는 도저히 사업을 되살릴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5년 6곳이던 서울 지역의 시내면세점은 2016년 9곳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4곳이 더 늘어나 총 13곳이 영업을 하게 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면세시장 규모(12조 2757억원)는 2015년(9조 1984억원)보다 33.5% 커졌고 롯데면세점·호텔신라 양강체제는 더 강화됐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본점 한 곳에서만 매출 3조 1606억원을 올리는 등 총 5조 9728억원을 기록했다. 호텔신라는 3조 4053억원(HDC신라 매출 포함)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3547억원 매출로 전년보다 359억원(1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사실 많이 힘들다. 시내면세점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시장상황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어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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