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발 쇼크로 세계 경제가 ‘데킬라 효과’(Tequila Effect)에 휘청이면서 더블딥(double dip:이중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음에도 증시 방향을 되돌리지 못하자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해석이다. 톈진(天津)항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사고에 이어 경제 위기마저 겹치면서 다음달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27% 떨어지며 닷새째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전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면서 반등 기대감이 높았지만 결국 무너진 투자심리를 되살리지 못했다.
이렇자 중국 경제가 ‘좀비 경제’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좀비 경제는 경기부양을 위한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으며 불안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증시발 쇼크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물론 세계 경제의 체력이 튼튼해져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금리와 지준율 카드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자 중국 정부의 정책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고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이 졸지에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금융 공산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중국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다. 가장 큰 영향은 위안화 가치의 전격적인 절하 조치가 준 충격이다. 이는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절박함으로 비쳐지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금융시장에 강제로 개입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며 “국영기업과 증권업계에 주식 매입을 명령했으나 이미 거품이 잔뜩 낀 시장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에 이어 중국 정부가 위기 탈출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 인프라 투자 등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이 역시 얼마나 효과를 볼 지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경제의 펀더멘탈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증시 관리 부실과 경제 성장 둔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리커창 (李克强) 중국 총리의 교체설(說)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리 총리가 최약체 총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가 축출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곤경에 몰리자 중앙은행이 나서 현 글로벌 증시 폭락 주범으로 미국으로 지목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야오위둥(姚余棟) 인민은행 금융연구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이르면 다음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에 대해 금융시장이 불안해하면서 미국 증시가 주저앉고 전 세계적으로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민성증권도 금융불안 사태에 대해 중국보다 미국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간 고도성장기를 끝내고 새로운 상태로 이행하고 있다는 뜻의 ‘신창타이’(新常態)가 장기적 안목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위안화 절하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위안화 편입 시 오히려 중국 금융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