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밀리에 원자재 비축량 늘려…속내는?

방성훈 기자I 2024.07.24 15:25:34

中, 소비둔화 불구 작년 상품 수입량 16% 급증 ''주목''
밀·대두 등 식료품부터 원유·가스 등 연료까지 재고↑
"트럼프 대중 원자재 공급국 압박 가능성에 대비" 분석
돌연 재고 데이터 숨겨…일각선 대만 봉쇄 준비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곡물, 천연가스, 석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를 비축하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침체 및 이에 따른 소비둔화에도 중국의 원자재 수입량과 재고량은 크게 늘었다. 단기적으로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부터 장기적으로는 대만 봉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상하이 세코석유화학단지에 있는 석유탱크의 모습. (사진=AFP)


◇中, 소비둔화 불구 작년 상품 수입량 16% 급증 ‘주목’

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의 지난해 원자재 수입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면서, 모든 유형의 상품 수입이 양적으로 전년보다 16%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올해 들어서도 첫 5개월 동안 6%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자원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야 하는데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에도 이는 소비 증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의 원자재 수입 증가는 이례적이고 비논리적인 현상이며,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진행돼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원자재를 비축하는 배경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최소 60% 대중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중국은 이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원자재가 중국으로 공급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중 식료품 수출 제한으로 시작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에도 공급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호주와 칠레 등 중국에 금속을 판매하는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정부 시절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한 중국은 관세 부담이 커지자 일부 원자재를 따로 쌓아두기 시작했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자 비축량을 대폭 늘렸다. 공급망 붕괴 및 서방 제재 등으로 각종 원자재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중국이 원자재를 전략적으로 비축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진단이다.

◇밀·대두 등 식료품부터 원유·가스 등 연료까지 재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지만 원자재는 대부분 수입해 쓰고 있다. 보크사이트 70%, 코발트 97%, 천연가스 40%, 원유 70%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료품의 대외 의존도가 특히 심각하다. 중국은 2000년까지만 해도 자급자족이 거의 가능한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식료품이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커피, 팜유 및 일부 유제품은 거의 100% 수입에 기대고 있으며, 4억마리의 돼지 사료로 쓰이는 연간 1억 2500만톤의 대두 가운데 85%를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재고를 늘리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밀과 옥수수 재고는 각각 전 세계 재고의 51%, 6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8년보다 5~1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최소 1년 동안은 중국 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의 최대 수입 품목인 대두 재고는 2018년 이후 두 배로 늘어 3900만톤에 이르며, 연말에는 42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또 2020년 이후 원유 저장 용량을 17억배럴에서 20억배럴로 늘렸다. 데이터업체인 보르텍사의 엠마 리는 “그러한 장소의 위치는 비밀이지만 위성 이미지로 확인된 장소는 2022년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래피단 에너지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재고는 올 들어 하루평균 90만배럴씩 증가했다. 총 재고량은 13억배럴로 115일치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다.

지하의 가스 저장 용량도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 6배 증가해 150억입방미터(bcm)에 달하며, 내년까지 550억bcm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은 해안을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보관 탱크 12개를 건설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의 가스 저장 용량이 2030년까지 850억bcm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돌연 재고 데이터 숨겨…일각선 대만 봉쇄 대비 우려도

중국은 원자재 비축과 함께 대다수 상품 재고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다. 특히 금속과 연료 부문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투자은행 리베룸의 톰 프라이스는 “구리, 니켈 및 기타 금속의 재고는 중국에 대한 총 공급량과 신뢰할 수 있는 소비량을 비교해본 결과 연간 수요의 35%~133%를 충당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원자재 비축을 늘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 가격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노리는 물자는 대만 봉쇄를 비롯한 장기 갈등에서도 살아남는 데 필요한 물자 규모”라고 짚었다. 중국 군사 전문가이자 차이나 사인포스트 설립자인 가브리엘 콜린스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원자재 비축량을) 비교해보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현재까지의 증거만 보면 방어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첨예한 갈등에서 안전을 보장할 만큼의 규모가 아니다”라며 “미 정부 관리들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평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