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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장면이 바뀌어 흰색 옷을 입은 여성 무용수가 등장한다. 무대 뒤편에서 비명을 지르며 등장한 무용수는 무대 앞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비명과 한탄, 혼잣말이 뒤섞인 기괴한 말을 내뱉는다. 낯설고 불편한 외침이다. 무언가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몸’이 만들어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몸쓰다’의 한 장면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현대무용가 안애순의 작품이다. 지난해 4월 초연 당시 무용수의 개성적이고 폭발적인 움직임과 무대 장치들의 다양한 변주, 탁월한 공간 연출로 화제를 모으며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공연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무대다. 상하 리프트와 회전 무대 등 CJ토월극장이 지닌 무대 장치를 십분 활용한다. 무대 바닥이 좌우 앞뒤로 움직이고, 천장에서 조명 장치까지 내려온다. 여느 무용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대 변화가 인상적이다. 등장하는 무용수는 총 10명. 이들은 각자 서로 다른 몸짓으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들의 몸짓은 일상의 움직임이며, 노동하는 몸이기도 하고,. 운동하는 몸이기도 하다. 다양한 몸짓이 한데 섞여 70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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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안무가는 ‘불쌍’, ‘이미아직’, ‘공일차원’ 등 동시대적인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작품도 안애순 안무가의 전작들처럼 현대무용을 통해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안애순 안무가는 이번 재공연의 차별점에 대해 “올해 공연에서는 몸을 통해 공간을 해석하고 움직이려 한다”며 “일상의 반복적 움직임을 거치면서 우리는 그 공간의 독특한 장소성을 발견하게 되는 점에 주목해, 무용수의 몸이 극장 공간과 만나면서 부각되는 장소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 한다”고 밝혔다. 안애순 안무가는 오는 29일 오후 3시 공연 이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