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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대안, 독일식 부처 신설 방안 부상하나

김경은 기자I 2022.04.05 14:00:25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토론회
윤 의원 "양성평등 규모있는 체제로…독일식 검토 필요"
독일대사관 하나 베커 1등 서기관 연방여성가족부 소개
위원회 신설 및 부처 기능 해체 주장…과거 회위 반론
양성평등정책, 미래 문제로 강화해야…젠더갈등 해소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대안으로 독일식 부처 신설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이하 ‘연방여성가족부’)가 성평등과 관련된 정책형성과 집행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여성 대상 정책은 출생, 돌봄, 노동, 가족 등 생애주기별로 정책이 이어지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신설부처를 통해 양성평등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여가부 기능 타부처 이관 및 위원회 설치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하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과거 실패한 정책의 반복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대립했다.

◇윤상현 의원 “독일식 모델 검토 필요”


5일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을 주제로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논의가 나왔다.

윤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여가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양성평등 문제에 대해 규모있는 체제로 개편하는 독일식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토론자로 하나 베커(Hana Becker) 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이 참석해 독일 연방여성가족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의 연방여성가족부는 1987년 무렵 여성정책이 독립부처로 발전해 약 35년간 운영되고 있다. 근무직원수 700여명(2019년 6월말), 총 세출액 160억달러(2020년, 한화 약 19조4000억원)로 한국 여가부 예산의 약 15배 규모다. 5개국으로 △민주주의와 참여국 △가족과 디지털국 △인구변화와 사회복지국 △양성평등국 △아동청소년국으로 나뉜다. 양성평등국은 과거 여성국에서 명칭이 변경됐다.

연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은 16개주와 협력해 매년 연방정부가 각 지방주의 양성평등장관을 모아 연례회의를 하고 있으며, 1만1000개 개별 지자체에도 양성평등담당관을 두고 있다. 연방여성가족부의 주요 업무는 임금차별타파, 여성 고위직 승진기회 보장, 일과 가정의 양립, 성에 대한 선입견없이 직업을 선택하도록 장려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하나 베커 서기관은 “독일 양성평등정책은 한 부처가 담당하는 정책은 아니고 모든 주체가 다 협력하는 분야”라며 “양성평등은 지속되는 프로세스로 봐야한다는 것으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적극 참여해 양성평등을 개선할 정책도구를 지속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 신설 및 부처 기능 해체 방식 주장…반론도 팽팽

발제자이자 정부조직개편 관련 전문가인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여성가족부 폐지 후 기능을 복지가족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여가부의 여성정책은 전체 예산의 10%도 안되는 1050억원에 불과해 여성정책의 지위나 효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코로나로 보건분야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과 관련된 건 독립부처로하되, 보건복지가족부로 여성 청소년 등이 다 들어가 플랫폼 정부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둬서 모든 부처 모든 정책에 대해 양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검증하고 부처성과에 반영하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 및 하위부처로 운영했던 1998년과 유사한 조직 형태인 만큼 반론도 팽팽하게 맞섰다. 차인순 국회의정연구원 겸임교수는 “여가부 기능 중 가족과 청소년, 여성고용은 각각 고용부,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여성 및 성평등 분야를 ‘대통령실 민관협력 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1998년 여성특별위원회에서 머리만 있고 팔다리가 없어 제대로 기능을하지 못했던 1998년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관협력위원회의 경우 정부조직법상 기구도 아닌 만큼 1998년 여성특위보다 더 후퇴한 방식이라는 것이 차 교수의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 신설 부처명으로 거론되는 ‘미래가족부’ 방안은 미래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차 교수는 “부처명은 무슨 일을 하는지 국민이 알기 쉽게 표현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부처가 신설될 경우 여성가족부의 현재 기능을 흡수하되, 2030 젠더갈등, 저출생 문제 등 시대문제를 담아 개편해야 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차 교수는 “새 정부 공약인 성별근로공시제 등 양성평등 일자리 정책을 강화하고, 젠더 갈등 해소, 돌봄 정책 강화, 저출생 대응 등의 기능이 하나로 합쳐져야한다”며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사무, 국무조정실 청년정책, 보건복지부 보육, 아동, 노인, 출산정책 등을 이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젠더갈등 해소 없이 부처 폐지 허상…명칭에 ‘여성’ 빼라”

여가부 폐지 논의 발단이 잘못된 오해와 젠더 갈등의 유탄인 만큼 이의 해소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복실 여가부 전 차관은 “2030 세대의 젠더갈등이 의도치 않게 여성부 폐지로 이어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여가부 무능이 도화선”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여가부가 권력형 성폭력에 침묵했고, 오해에서 비롯된 여가부 폐지론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으며 젠더갈등을 완화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여가부라는 부서 명칭에서 여성을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정책이 여성우대 정책이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 차관은 “여가부는 대부분 여성단체출신이라던가, 비례대표 여성할당제를 외에 존재하지 않는 할당제로 남성이 피해를 입는다는 식의 너무 많은 오해가 만연하다”며 “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남성들이 더 우대를 받고 있으며, 한부모대응, 양육비이행확보 등 여가부 주요 추진 정책은 남성 역시 정책 대상이다. 여성이라는 명칭을 왜 진작 양성평등으로 바꾸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나아가 여가부 기능이 여러부처로 흩어질 경우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정책수혜자의 혼동, 피해자 중심 성폭력 대응 후퇴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돌봄, 노인가족, 장애인 대상정책들이 모두 분리되고 부처가 나뉘며 중복행정과 비효율이 지속발생하고 있는 만큼, 대상별로 구분된 정책을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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