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작심한듯 ‘박심’ 논란을 거론했다. 회의장 내부는 잠시 술렁였다. 당 물밑에서 오가던 박심이란 단어가 공개석상에 사실상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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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날 발언은 당 친박 핵심인사들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밀고 있다는 당내 소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독대에서도 이같은 우려를 강하게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이에 대한 당 지도부 사이의 언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친이·친박 등 당내 계파는 실체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최고위 직후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에서 논란을 의식한듯 재차 박심 논란에 선을 그었다. “정치공학적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선거는 그것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박심 논란은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과 여당의 텃밭인 영남 쪽에서 주로 나온다. 논란의 시발점은 부산이었다.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서병수 의원이 지난달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이에 또다른 후보군인 박민식 의원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스위스 국빈방문에 이학재·정갑윤 의원을 데리고 간 것을 두고도 박심 논란이 일었다. 두 의원은 각각 인천시장과 울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박심 논란은 결국 당의 선거전략 중 하나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특정인을 위해 경선 룰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등의 일이 실제 있다면 계파갈등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그게 소문에 그친다면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대중의 시선을 끄는 전략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권 한 관계자 역시 “지방선거 당사자들은 최근 박심 논란에 민감할 수 있지만 당 차원에서 보면 경선흥행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는 정작 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친박들은 유독 박 대통령을 선거에 더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이는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보여지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짐만 더 지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