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태선기자] 올 상반기 자동차업계의 실적이 일제히 발표됐다. 수출은 사상최대치를 나타낸 반면 예상대로 내수는 부진했다.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 등 완성차 5사의 상반기 판매실적은 내수 54만1577대, 수출 159만3024대 등 총 213만4601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4% 증가했다.
선두주자인 현대차(005380)의 상반기 판매는 106만4008대로 지난해보다 9.6% 증가했다. 내수판매(27만1741대)가 20.8% 급감했지만 수출(79만2267대) 26.2%나 늘어나며 실적개선에 도움을 줬다.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쌍용차(003620)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지난해 보다 전체적으로 큰폭으로 개선된 판매실적을 나타냈지만 이에 비해 주가 전망은 그리 화려한 편이 아니다.
◇내수부진 갈수록 태산
1일 완성차업체들은 판매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가는 내림세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전일대비 2.14% 하락한 4만3500원, 기아차는 1.42% 떨어진 9730원, 쌍용차는 0.90% 밀린 7730원을 나타냈다. 하루이틀전에 2~4%의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 달리 판매대수 발표를 기점으로 모두 하락한 것.
화려한 수출실적보다는 이미 예견된 내수부진에 더 주목하면서 실적발표를 매도타이밍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심리는 내수부진을 이미 알려진 호재로 잊어버리기엔 큰 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대출한도제한 ▲고유가와 함께 ▲건설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후유증이 한층 부각되면서 자동차 내수회복은 암울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과 유동성부족은 현금자산확보 심리로 이어져 자동차 판매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올 내수판매를 135만대로 예상했지만, 상반기 54만대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예상치를 하향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안수웅 연구원은 "6월 휴가시즌을 앞두고 자동차수요 등이 늘어나는 현상도 볼 수 없었다"면서 "내수판매가 지난달 9만6000대 가량이었지만 이번 달에는 9만2000대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우리증권 박성진 연구원은 "GDP가 성장하고 있지만 카드사태 여파로 유리한 구매조건을 제시해도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 않다"면서 "하반기 신차효과도 제한적이어서 내수부진의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은 제한적..수출이 하방경직성 확보
그러나 내수부진이 주가에 주는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내수부진을 만회하면서 하반기 성장세 둔화예상과 달리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호조가 자동차관련주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해 주고 있는 것.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해외수출이 국내보다 마케팅비용과 마진율이 적어 수익은 국내보다 크지 않지만, 적정재고 수준인 3.5개월을 유지하면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은 부정적이지만 현대모비스(012330)와 같은 부품업체는 투자접근이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우리증권 박성진 연구원은 "자동차수출은 품질개선과 모델 다양화 이미지 개선효과도 있지만, 특히 유럽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딜러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기업의 서유럽시장 점유율은 1%내외로 딜러수 확대와 함께 추가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손종원 연구원은 "내수부진은 예상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알고 있는 악재"라며 "6월 판매실적을 감안할 때 수출성장은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어 하반기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개별재료들도 변수 `예의주시해야`
이 밖에 판매실적 이외에 자동차주가는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는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한보인수를 추진할 경우 그룹차원에서 자금지원에 나설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주가의 돌발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는 실적보다 M&A과정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 또 기아차는 현대캐피탈이 10%의 지분을 팔 가능성이 있으며 17%이상의 물량 부담이 상존하고 있어 주가상승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이날 현대차 노사가 임급교섭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전격 도출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장기파업으로 흐를수 있는 우려감을 말끔히 해소했기 때문에 기아차 쌍용차등 다른 완성차업체의 노사교섭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자들의 불안해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신차수출이 시작되는 3분기부터 자동차업계의 매수전략을 펴는 것이 유리하고, 실적에 반영되는 내년 내수회복과 더불어 자동차관련주가 비상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중립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유망하는 얘기.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수비중이 높은 쌍용차에 비해 접근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