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인들 간 갈등의 배경에는 ‘자리 싸움’이 있었다.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약 45명의 한강 노점 상인들이 결성한 상인회(민주노점상전국연합 영등포지회)는 애초 제비뽑기·가위바위보 같은 무작위 방식으로 자리를 선정했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이 상인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이들은 “목소리 큰 몇몇이 상인회를 주도하고 있다”며 불신하는 반응을 보였고 “모두가 합의한 방식도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점 자체가 불법인 상황에서 상인회의 자리 지정 역시 어떠한 근거 없이 이뤄지다 보니 상인들이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강 일대에서 4년째 돗자리 대여 노점을 운영하는 40대 상인은 “상인들이 하루에도 서로를 10번 씩 신고하는 탓에 과태료만 수천만 원씩 끊기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한강공원에서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노점까지 난립해 있어 이동의 불편을 초래하고 노점상에서 나오는 쓰레기로 일대에 악취가 발생한다는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터였다. 20대 여성 김모씨는 “한강에 자주 러닝하러 나오는데 어느 날 경찰들이 몰려 있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흉기난동이 벌어졌나 싶어 놀랐는데 상인들끼리 싸우고 있더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모씨는 “외국인도 많이 오는 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서울 시민으로서 부끄럽다”고 했다.
|
불법 노점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자 일부 상인들은 제도권 편입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차라리 도로 점용료 내고 지자체의 관리 하에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중구청은 명동거리 노점상을 2016년부터 허가제로 운영 중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대전국노점상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점상도 사회경제 주체로 인정받아 벌금이 아닌 세금을 내고 싶다”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노점단속 특별사법경찰 제도 폐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도로법의 적용을 받는 명동 노점과 달리, 한강 노점은 하천법의 적용을 받아 여전히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서울시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한강 노점을 양성화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하천법상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하천 수질 관리 문제로 취사 행위가 엄격히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점 상인들이 생계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철퇴를 내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