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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둔 광주의 ‘바닥 민심’에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감과 기대보다 탈당하고 신당을 만든 이낙연 대표에 대한 서운함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 대표는 신당 창당에 앞서 지난달 21일 민생투어, 24일 남광주시장 방문, 27일 광주시당 창당대회 등 세 차례나 광주를 찾았지만 광주 시민들에 큰 감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양동시장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시민 이모씨(70대·남)도 “이낙연 대표가 예전에 국무총리 할 시절에는 무조건 1순위였다”면서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지더니 이재명을 헐뜯고 민주당을 버려 놨다”고 혹평했다. 같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씨(50대·여)는 “아직 어느 당이 좋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낙연 신당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완전히 배신자”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차라리 이준석이 낫다”며 “이준석은 공약을 가져온다. 요즘 공약을 보면 괜찮은 것들을 들고 오는 것 같다”고 했다.
광주송정역 건널목 앞에서 만난 이모씨(50대·남)는 호감 가는 정당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광주를 찾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이재명에 대해서는 말 안 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씨는 “이낙연이 힘을 내면 힘을 실어줄 수도 있겠지만 주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참 안타까운 양반”이라고 했다.
‘호남 홀대론’을 언급하며 민주당에 서운함을 내비치는 시민도 있었다. 광주 동구 지원동에 거주한다는 박모씨(70대·남)는 “민주당이 호남에 초선 의원만 꽂아 넣으니 지역 발전이 안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하며 “충청도는 3선, 4선 의원들이 많아 발전이 잘 된다. 광주에도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는 8개 지역구 중 재선인 송갑석 의원(서갑)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이날 이재명 대표가 양동시장을 찾았을 때에도 시민들은 각종 지역 현안을 외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양동시장에 이 대표의 지지자가 몰려든 것을 보고 “왜 이렇게 사람이 많느냐”고 기자에 물었다. 기자가 ‘이재명 대표가 온다’고 하자 이 시민은 “양동시장 올라오는 길에 엘리베이터가 하나도 없다”며 “다른 시장엔 다 편하게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는데 왜 여긴 계단만 있느냐”고 역정을 냈다. 이 시민은 “호남이 꼭 민주당 찍는 줄 아느냐. 이정현도 호남 의원이었다”고 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서 득표율 39.70%로 ‘지역주의 타파’ 아이콘이 된 정치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전 의원은 순천 재보궐 선거에서 이겨 지역구를 얻었고, 그대로 20대 국회까지 내리 당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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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송정역 인근 길거리에서 만난 전모씨(남)는 “그래도 민주당이 낫지 않겠나”고 했다. 전씨는 “다른 것보다는 민주당에 몰아 줘야 현 정부를 강하게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3지대가 많이 나오지만 세게 견제할 수 있겠느냐.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