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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직무유기 혐의를 각각 받는 박 구청장과 류 총경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있는 특수본에 출석하면서 ‘참사 전 대비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총책임자이면서도 안전사고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대해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용산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박 구청장이 핼러윈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실제로 어떤 업무를 이행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지난 4월 용산구의회가 이른바 ‘춤 허용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박 구청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중점 조사 사항이다.
류 총경은 이날 오후 3시45분께 출석하며 “직무유기 혐의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며 서둘러 건물로 이동했다.
류 총경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근무를 서면서 업무태만 및 늑장보고를 한 혐의를 받는다. 류 총경은 당시 근무장소와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이탈하고, 자신의 사무실에 머물렀다가 참사 발생 사실을 1시간 24분 늦게 인지했다. 류 총경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도 참사 이튿날 0시 1분께 처음으로 보고했다.
이어 특수본은 류 총경의 개인용 휴대전화가 없어도 이미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직무유기 혐의 입증과 관련해선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8일 류 총경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확보하려 했지만, 그는 “대기발령 후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며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류 총경의 업무용 휴대전화만 확보했으며, 개인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이후 사용 흔적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류 총경은 개인 휴대전화를 업무용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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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전날 수사관 65명을 투입해 행안부, 서울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 3개 기관의 22곳을 일제히 압수수색해 재난안전대책 관련 문건과 전자 파일 등 모두 3700여점의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특수본은 확보한 자료를 통해 행안부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 관리 및 경찰의 잘못된 대응과 관련한 법적 책임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방청지부 고발로 이 장관은 특수본에 형식상으로 입건돼 있다. 특수본은 전날 이 장관 고발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통보했다. 공수처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공수처와 별개로 고발 사건 수사 절차는 진행된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 간 ‘기동대 투입 요청’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서울경찰청에 경비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됐다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주장에 대해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교통 기동대 배치 요청을 두 차례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서도 “직원들 진술이 상이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오는 21일 이 전 서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다. 불법증축 혐의로 피의자로 전환된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A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다음 주 중으로 신속하게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