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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굴지의 미국 물류업체들이 유럽계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면서 몸집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에 국경을 넘나드는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유로화 약세를 틈타 싼값에 유럽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잇따른 물류업체들의 몸집 늘리기에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싸다, 사자”..美, 유럽계 기업 꿀꺽
이달초 미국 2위 물류업체인 페덱스가 네덜란드 TNT익스프레스를 인수하기로 한데 이어 28일(현지시간) XPO로지스틱스가 프랑스 노어베르 덴트레상글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XPO로지스틱스는 전날 종가대비 34% 프리미엄(웃돈)까지 얹어주며 주당 217.50유로에 노어베르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전체 인수대금인 32억4000만유로다. 이를 통해 XPO는 단숨에 글로벌 물류업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페덱스도 내년에 TNT익스프레스를 44억유로에 인수할 예정이다. TNT익스프레스가 1분기 1100만유로 영업손실을 내면서 상당한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페덱스와 합쳐지는 과정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미국 물류업체들이 유럽계 기업을 인수하면서 유럽시장에 진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유로화가 싼데다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현 시점이 유럽내 사업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슨 자이들 코웬앤코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요와 공급이 천천히 균형을 찾아가고 있어 마진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며 “이것은 이 분야에서 M&A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페덱스는 TNT익스프레스를 통해 TNT가 구축한 유럽 인프라를 통해 유럽 경쟁사에 뒤쳐진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것도 미국 기업들에겐 기회다. 브래드 제이콥스 XPO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유로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로 인해 이번 인수는 지난 1월에 시도했을 때보다 훨씬 싼 값에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 2~3개 기업이 글로벌 물류 독식할 듯
미국 기업의 유럽계 기업 인수는 물류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몸집 늘리기의 일부다. 규모 확대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에코글로벌로지스틱스는 지난 2012년 이후 7개 회사를 인수하는 데 6500만달러를 지급했다. CH로빈슨와이드 역시 지난해 온라인 화물 중개업체 프레이트쿼트닷컴을 사들였다. 일본 물류업체 KWE는 올초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로지스틱스를 12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반면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대형 운송업체 중 하나인 시티링크는 적자를 내며 2700여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TNT도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는 DHL과 UPS, 페덱스 등 톱3에 밀리며 지난해 9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BG스트래티직 어드바이저의 벤 고든은 최근 물류업계의 M&A와 관련, “이제까지 경험했던 가장 강력한 금융시장이 될 것”이라며 “현명한 기업들은 이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류업체들의 먹고 먹히기가 이어지면서 글로벌시장이 2~3개 대형 기업들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이콥스 CEO는 “향후 2~3개 기업이 결국 물류서비스의 글로벌 시장 50~80%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