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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전기차가 발전소로…V2G로 전력망 투자비 '78조원'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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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I 2026.07.08 08:52:30

현대차그룹, 제주 일반가정서 V2G 충·방전 실증
전기차 420만대로 발전설비 42기급 전력 제공
전력 인프라 대비 비용·구축 기간 대폭 절감
전력시장 참여·정산 기준 등 제도 정비는 과제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와 전력망을 양방향으로 연결하는 V2G(Vehicle-to-Grid) 실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 고객 가정에서 충·방전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V2G 상용화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8일 현대차그룹은 최근 V2G 시범 서비스에 참여한 일반 고객 가정 내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전기차와 전력망 간 충·방전 실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존 실증이 연구소나 별도 실증 부지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일반 가정의 실제 사용 환경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심야 시간대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는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V2G가 본격 상용화될 경우 기존 발전 설비나 고정형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완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력공사는 10㎾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 대가 동시에 1시간 동안 방전할 경우, 최대 1GW 규모의 양수발전에 상응하는 전력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부천시 전체 인구와 비슷한 약 80만명이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국내 전기차와 V2G 보급이 확대될수록 대체 전력 자원으로서 활용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한전의 산식을 적용하면 전기차 420만 대는 1GW 규모 초대형 발전 설비 42기에 해당하는 유연 전력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V2G는 기존 전력 인프라 대비 비용 절감 효과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42GW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실제로 구축한다고 가정할 경우 양수발전에는 약 84조원이 필요한 반면, V2G는 약 5조 4600억원의 비용만 소요된다. 최대 78조 5000억원의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구축 기간에서도 차이가 크다. 1GW 규모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양수발전은 7년 이상, 고정형 배터리저장장치(BESS)는 6개월 이상이 필요한 반면 V2G는 기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구축 기간이 약 1개월 수준에 그친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경제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9과 기아 EV9 차주 40명을 대상으로 V2G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EV9 차주인 40대 남성은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돼 기존 충전 방식과 다르지 않아 쉽다”며 “최저 배터리 잔량을 설정해 둘 수 있어 방전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9 차주인 40대 여성도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는 충전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며 “V2G 전용 요금제와 세제 혜택, 전용 주차구역 같은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더 많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범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실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V2G 상용화 서비스 모델과 고객 보상 체계를 설계할 계획이다. 향후 새만금 AI 수소 시티의 V2G 기반 사업 전개에도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국내 V2G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기차가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차량이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전력시장 참여 구조와 정산·보상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V2G가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전력 자원으로 상용화 문턱까지 다가섰다”며 “국내에서도 규제 개선과 함께 전기차의 전력시장 참여, 정산·보상 기준 등 법적 기반을 조속히 정비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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