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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마취를 위해 주로 투약하는 마취제는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이다. 이들 약품들은 모두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해 마취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 약물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 전혀 다른 작용을 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역설 반응’이라고 한다.
이 약물들의 역설 반응에 따라 본래 기능이 아닌 심한 뒤척임, 헛소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애초 수면 마취를 하는 목적이 통증의 완화라기보다는 환자의 불안감 및 공포심을 없애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투여되는 마취제의 양이 작다. 이로 인해 환자는 가벼운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마취의 각성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 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은 전체 환자의 5% 안팎이고 재발률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오는 10일 방영분에 대한 예고편에서 전현무, 박나래, 이장우가 수면 내시경을 받는 장면을 내보냈다. 수면 마취 중에 박나래는 “여기 와인바예요”라는 질문을 했고, 이장우는 “어! 똥 지렸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면서 다음 회차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역설 반응의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역설 반응이 특별히 더 많이 발생하는 기저 질환이나 연령, 성별 등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약품에 따라 역설 반응의 형태는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미다졸람의 경우 누군가 말을 걸면 대화식으로 거기에 대답하는 방식의 반응이 나타나는 반면, 프로포폴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던 말을 내뱉는 식의 반응이 관찰된다. 이 같은 역설 반응이 나타날 경우 의사는 환자의 진정 및 호흡 상태를 확인해 약물을 소량 추가 투입함으로써 환자를 진정시킬 수 있다.
또 과거에 역설 반응으로 인해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면 의사에게 미리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헛소리로 인한 부끄러움이나 당황스러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한 움직임으로 검사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자칫 낙상 사고까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진은효·송지현 교수 공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 미다졸람 역설 반응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다졸람 투약량을 줄일 경우 역설 반응 재발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역설 반응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다졸람 용량을 과거보다 2mg 이상 줄여 투약했더니 역설 반응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