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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장시간 진행한 회의에서 양측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유연탄 등 원자잿값 폭등 부담에 더해 전력비 인상, 환율 등의 영향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시멘트사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레미콘사 간 이견이 이어진 것이다. 장시간 의견을 나눈 이들은 8일 다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마저 불발되면 결국 레미콘사는 오는 10일부터 무기한 공장 셧다운에 돌입할 방침이다. 앞서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규탄대회까지 개최했고, 가격 인상 시점을 내년 초로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이같은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동반위와 정부까지 자리해 협상에 나섰지만 조금도 좁혀진 게 없다”며 “추가로 협상할 시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협의를 못하면) 오는 10일부터 무기한 셧다운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시멘트사들이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작했다. 올 초 18% 안팎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주요 시멘트사들은 지난 9월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실제로 삼표시멘트는 기존 t(톤)당 가격을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올렸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15% 인상안을 통보했다. 성신양회 역시 9만25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3.5% 인상했다. 한라시멘트는 9만26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14.5% 가격을 올렸다. 고민을 거듭하던 쌍용C&E 역시 오는 11월 1일부로 시멘트 가격을 9만800원에서 10만4800원으로 15.4% 인상을 통보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평균 134달러 수준에서 현재 400달러 이상으로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했고 전력비 역시 올해 3차례 인상되면서 누적 인상률이 30%에 육박하고 있다”며 “환율 상승도 큰 영향이다. 환율은 지난해 평균 대비 26% 이상 높아지면서 각종 원부자재 도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이 밖에도 물류비 증가, 최저임금 상승, 탄소중립을 위한 대규모 환경투자, 안전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 경영을 위협하는 요인이 많다”며 “내부적으로 감내하다가 한계상황에 도달해 가격 인상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레미콘사들은 급격한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시멘트사와 건설사 사이에 끼여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위치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레미콘 측 관계자는 “올해만 두 차례에 걸친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최대 35%에 달하는 원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골재와 같은 부자재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멘트사가 가격을 올려주더라도 건설사가 이를 받아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레미콘은 둘 사이에 끼인 ‘을’ 입장이라 가격협상력이 낮아 적정한 납품단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시멘트사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고 정부도 나서 관심을 갖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