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2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노조는 51일만에 노사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극적으로 타결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파업 협상에는 ‘손해배상 청구’ 면책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파업의 시작점이던 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사측과 노동자측 모두 크게 양보해 4.5% 인상안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두고 사측과 노조의 입장이 첨예한 상황이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노조의 옥포조선소 점거로 이달 말까지 약 8000억 원의 피해를 예상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했다. 여기에 하청업체들 역시 노조를 대상으로 손배 소송을 걸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었다.
사측에서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노조에서는 단체협상 내용으로 배임죄가 적용됐던 사례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에 형사사건 법률전문가들에 배임죄 적용 및 처벌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배임죄 적용해도 ‘면책’ 가능성 있다
먼저 배임죄는 법문상 그 범위와 기준이 모호해 인정 범위가 광범위하다. 배임죄는 1.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2. 임무에 반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3.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4.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규정의 적용제한(2017)’에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매우 개방적이어서 무죄율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형사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원청 업체와 하청 업체 경영진에 ‘배임죄’가 적용되는지 여부는 의견이 갈린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 변호사는 “협상안에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를 포기하는 조항을 넣자고 하는 것인데, 이는 곧 회사에 재산상 손해로 이어진다”며 “배임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조세희 법률사무소 밝은빛 변호사는 “회사 차원에서 청구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그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수 있겠느냐”며 “정당하게 결재를 받아 노사 합의를 했다면 그것이 형사상 배임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배임죄가 성립되더라도 회사 상황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배임행위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다.
이승우 변호사는 “손해배송 청구권을 포기해서라도 회사 상황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경영상의 불가피한 선택이 있다고 본다면 배임 혐의가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다”며 “법원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왜 포기했느냐고 물었을 때, 경영진들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해서 도장을 찍어줬다’고 이야기한다면 면책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파업이 장기화되면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 대우조선해양은 법원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결국 파산한 가능성이 크다. 이 변호사는 “경영진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조 제안을 수락했다면 배임을 피할 명분이 된다”고 덧붙였다.
양형위원회에서도 배임죄는 ‘오로지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를 특별양형인자로 두고 있다.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재판부에서도 이를 참작해 형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한편, 노조 지도부에만 손배 책임을 제기한다는 안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우 변호사는 “지도부 5인에게만 손배소 책임을 물으라는 제안은 말도 안 된다. 그들에게 지급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인 청구권 포기에 해당하므로 그 자체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검증 결과]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발생한 회사의 손해에 대해, 경영진이 ‘배임’으로 기소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경영적 판단으로 손배소 면책 조항을 받아들였다는 부분이 인정되면 배임행위가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다. 배임죄는 그 인정 범위가 광범위하고, 기소가 가능하다고 보는 의견에도 실제 재판에서는 배임 혐의가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함께 제시되었기 때문에 ‘대체로 사실 아님’ 판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