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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7년만에 고엽제전우회 운영비 지원 재개 `저울질`

박일경 기자I 2019.07.11 14:14:49

서울시, 올해부터 보조금 재교부 여부 검토 중
공은 감사위원회로…17일 회의서 결론낼 듯
사업비 10억 위법 놓고 갈등…채권상계가 쟁점
박원순 `전임자 지우기→보수 끌어안기` 돌아설까

박원순(왼쪽 세번째) 서울시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리풀터널’ 개통식에 참석해 나경원(네번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혜훈(두번째) 바른미래당 의원, 조은희(다섯번째) 서초구청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터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중단했던 정치적으로 극우·보수단체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에 대한 운영비를 다시 지원할지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7일께 감사위원회를 열어 고엽제전우회 운영비 재개여부를 결론 낼 전망이다. 특히 진보성향이 강한 박원순 시장의 보수층 끌어안기 행보로 읽혀지면서 감사위 논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고엽제전우회 시비지원이 7년 만에 재개되는지에 대해 서울시 복지정책실은 “시(市)가 지난 2013년부터 작년까지 보조금 교부를 정지한 가운데 고엽제전우회 서울시지부가 반환해야 함에도 아직 상환하지 않은 보조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2019년도 운영비 보조금 교부를 요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는 보훈단체 민간자본 보조 지원계획에 따라 보수성향 오세훈 전임 시장 재임시절인 2009년 4월 고엽제전우회에 사무실 건립비 10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고엽제전우회는 이 돈으로 사무실을 짓겠다며 2011년 1월 서초구 내곡동 일대 토지를 사들인다. 하지만 매입한 땅이 농지라는 이유로 단체가 아닌 전임 지부장 개인 명의로 계약을 체결했다. 서초구 내곡동은 지난 2006년부터 개발을 진행한 헌인마을 도시개발구역을 비롯해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관통하는 서울내곡 공공주택지구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이 인접해 개발 호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결국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어 개발행위 자체가 불허되며 사업이 무산됐다.

이 사이 2011년 10월 박 시장이 취임하고 서울시는 2012년 12월 사업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졌다며 `서울특별시 보조금 관리조례`(이하 보조금 조례)에 의거, 사업비 10억원 전액을 반환하라고 명령하게 된다. 상환 고지 및 독촉에도 보훈단체가 되돌려주지 않자 그 이듬해인 2013년부터는 단체보조금 마저 끊어버렸다.

박원순(왼쪽)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1월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린 종로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 전우회장 개인명의로…`서초구 내곡동`땅 구입

그러나 이상하게도 복지정책실이 수립한 보훈대상자 및 단체 지원계획엔 고엽제전우회가 운영비 보조 대상에 그대로 존재하면서 2013~2018년 계획상 총 3억5700만원이 책정된 상태다. 고엽제전우회 역시 내곡동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아 2014년 10월~2017년 10월 3년간 전부 7억1500만원을 갚아 잔액은 2억8500만원이다.

쟁점은 서울시가 교부를 중지한 2013~2018년 6년치 운영비 3억5700만원과 고엽제전우회의 미상환 잔존 보조금 2억8500만원을 상계하고 2019년도부터 단체보조금을 지불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데 있다. 보조금 조례상 미반환보조금이 있다고 해서 운영비를 제한해야 할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울시 복지정책실은 애초 교부금을 끊은 사유가 해결되지 않은 채 개시한다는 정책 결정에 부담을 느껴 사전컨설팅을 신청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고엽제전우회 중앙회의 해당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 담보가등기를 압류 조치했지만 토지 감정평가 가격기준, 근저당 말소 후 잔액이 미반환 잔액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한 농지라서 유찰이 거듭될 가능성이 커 채권 확보가 미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환수조치에도 상환 못하자…조례 따라 중단

현재 공은 서울시 감사위로 넘어온 상황이다. 감사위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 고엽제전우회에 교부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들은 “보조금은 교부 결정을 해야 보조사업자에 보조금 채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간 지급계획을 세운 것만으로는 보훈단체에 보조금 지급 청구권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며 “상대방 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지금으로선 상계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교부금을 주자는 쪽은 “미반환보조금이 남아있더라도 해당 보훈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못할 법적 근거가 없고 단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인정된다”라고 반박한다. 다만 미상환 보조금액을 산정할 때 이자를 계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고엽제전우회에 보조금을 교부하되 서울시가 압류한 채권을 통해 미반환보조금 잔액 환수를 변함없이 추진하고 경매를 통한 채권 확보 후에도 미상환 잔액이 남는 경우 이 때부터 지불할 보조금과 잔액의 상계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적극행정 면책에 포섭된다는 설명이다. 적극행정 면책은 국가나 공공 이익을 증진하고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분적인 절차상 하자 또는 비효율·손실 등과 관련, 그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에 대해 불이익한 처분요구 등을 하지 아니하거나 감경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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