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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3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인권의학연구소와 함께 개최할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의학연구소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 1763명(여학생 743명·남학생 10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했다.
◇의대생 절반이 언어폭력 경험…여학생 18.3% 신체적 성희롱 겪어
실태조사 결과 의과대학 학생들은 언어폭력부터 신체적 폭력, 음주 강요까지 다양한 폭력과 강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과대학 학생 절반(49.5%)이 ‘언어폭력’을 겪었으며 16%는 단체기합을, 6.8%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은 회식 참석을 강요받았고 음주 강요를 경험한 학생도 전체 학생의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성희롱과 성차별을 당한 경험이 많다고 응답했다.
여학생의 37.4%는 ‘언어적 성희롱’을, 18.3%는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 10명 중 7명(72.8%) 이상은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학생(58.7%)도 남학생보다 3.3배 높았다. 특정 과에서는 여성을 선발하지 않는 전통을 학생들에게 공언해 여학생들이 박탈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폭력 및 성희롱·부당 대우 등의 가해자는 주로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실습을 하는 고학년에서 주 가해자는 교수와 인턴이었지만 저학년에서는 교수와 학생이었다.
◇피해사실 신고 학생 단 3.7%…“신고해도 아무 소용 없을 것”
이처럼 인권 침해가 만연하지만 대학 및 병원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학생은 단지 3.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신고 학생들조차 학교 차원에서 가해자 처벌 등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2차 피해를 경험하면서 신고 결과에 대부분 만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학생들은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42.6%) △부정적 이미지나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25%) 등의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실시한 인권의학연구소는 “2017년 부산대 병원 전공의 폭행 사건 등 의료계의 권위주의 조직문화와 전공의 폭력 등 인권 침해는 전공의 단계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동아리·동문회·향우회에서의 선후배 관계로까지 널리 만연해 있어 각종 강요·폭력·성추행 등이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인권교육과 정기적 실태조사 △교내 권위주의 문화 철폐 △강력한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성폭력·성차별 예방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16년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인권 개선방안’ 권고와 2017년 부산대병원 전공의 폭행사건 직권조사를 실시했지만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인권과학연구소의 협력사업으로 실시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