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의 내수 부양책 초점이 ‘부동산’에서 ‘자동차’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에 재차 군불을 지피는 것은 위험천만한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고, 집값이 올라 소비를 촉진하는 ‘자산 효과(wealth effect)’도 예전만 못한 형편이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주목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소비와 고용은 물론 전·후방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건설업과 비슷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세율을 오는 6월 말까지 기존 5%에서 3.5%로 낮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종료한 개소세 세율 인하 조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내수 진작책”이라고 말했다.
연초 자동차 업계에 ‘판매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 등 국산 차 5개 사의 지난달 완성차 판매량은 62만 6315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8%나 줄었다. 내수 판매도 10만 6308대로 전년동월보다 4.8% 감소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바닥을 찍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승용차 판매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전체 소매 판매액의 14%를 점유하고 있다. 정부가 승용차 개별소비세 재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자동차 업계의 내수 판매 부진 실태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을 바라보는 여론은 대체로 싸늘한 편이다.
네이버 아이디 ‘hoon****’는 “현대·기아차가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과정에서) 세금 많이 내서 기업 연말 정산을 해주나”라고 비유를 들었다.
아이디 ‘akaa****’는 “대기업 챙겨주는 대단한 정부”라고 했다. 개소세 세율 인하 연장의 최대 수혜자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임을 꼬집은 것이다.
누리꾼 ‘godd****’는 “지금 쌀 살 돈 걱정하는데 자동차 세일한다니. 답이 없네”라고 지적했다. 네티즌 ‘noni****’는 “돈이 있어야 차를 사지. 내수시장 키우려면 소득 분배를 제대로 해야 돈이 생기고 소비가 는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back****’는 “인하된 세금은 어디에서 또 메꿔야 하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leek****’는 “세수가 부족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도 못 하는데 차 좀 사라고 개소세는 할인한다니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라고 혹평했다. 네이버 아이디 ‘yazo****’는 “유류세나 인하하라”라고 촉구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당국자는 이번 대책 발표 전에 현대자동차(005380), 기아자동차(000270) 실무진 등과 사전에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정책 ‘협의’를 한 것은 아니며, 개소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분도 지금으로선 파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정이 어려운 내수 산업 분야가 많은데 왜 굳이 자동차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하지 않는 업체에 세금을 깎아주고 ‘차 좀 사주세요’라고 하는 건 좋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