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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0시께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 센트럴타운 아파트 A씨(37·여)의 집. 수돗물 이물질 피해가 있다고 해서 방문한 이 집의 싱크대 수전헤드와 세면대 수도꼭지, 샤워기에는 모두 까맣게 변한 필터가 부착돼 있었다. 하얀색 새 필터와는 천지 차이였다.
부엌 싱크대의 수전헤드 연결부(투명 플라스틱 재질)에 부착된 필터는 새카만 입자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었다. 샤워기 필터에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까만 알갱이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해당 필터는 3개월가량 사용한 것이다. A씨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필터를 걸러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센트럴타운 입주가 시작된 2018년 1월 이 집으로 이사했고 당시 7세·3세 아들 2명을 키웠다. 둘째 아들은 이사 온 뒤 가려움증을 호소했고 피부가 건조해졌다. 병원 의사가 피부질환 처방전을 발급해줘 A씨는 현재까지 치료용 보습로션을 사서 아들에게 발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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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된 둘째는 요즘도 팔 등을 긁고 다닌다. 피부질환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며 “필터 사용 전까지 이물질이 섞인 수돗물로 아들을 씻기고 밥을 해 먹인 게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입주 뒤 아들에게 피부질환이 생긴 것으로 봐서 수돗물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필터로 이물질을 거르지만 100% 걸러지지 않을 것이다”며 “5년간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옆 동에 사는 B씨(42·여)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2018년 2월 센트럴타운에 입주한 B씨는 이웃 언니의 말을 듣고 2019년 초부터 필터를 껴서 쓰고 있다.
B씨 집도 A씨와 마찬가지로 수돗물이 나오는 구멍마다 필터가 끼워져 있었다. B씨는 “2019년에는 필터를 낀지 1주일도 안돼 까맣게 변해 필터를 자주 교체했다”며 “지금은 전보다 색깔이 연해졌지만 여전히 까만 알갱이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겨울철에 뜨거운 물을 틀면 필터가 더 빨리 까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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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이 알갱이들이 어떤 성분인지 몰라 더 불안하다”며 “은계지구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1년 입주민을 만나 이물질이 묻은 필터를 가져가서 성분검사를 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물질 피해는 A·B씨 집뿐만 아니라 센트럴타운 등 은계지구 13개 아파트 단지(1만3000여가구)에서 나타났다. 센트럴타운은 2018년 4월 첫 이물질 신고가 있었던 곳이고 이어 제일풍경채, 우미린더퍼스트 등 여러 아파트에서 줄줄이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센트럴타운 저수조 바닥에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수두룩했고 물 색깔은 까맣게 변해 있었다.
발생 초기 주민들은 개별 아파트의 문제로 보고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며 쉬쉬했지만 2020년부터 은계지구 상수도관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고 공동 대응했다. 시흥시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은계지구 상수도관을 검사하면서 수돗물에 섞인 상수도관 내부코팅제 박리(벗겨진 조각)를 여러 차례 발견했다.
이런 상황에 시는 수질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며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내부코팅제가 섞인 수돗물이 아파트로 유입됐다”며 상수도관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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