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9일 서울 강남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2018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은 0.5% 하락하고, 전세가격도 0.5%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내년도 부동산시장의 3대 리스크로 △금리인상 등 유동성 축소 △수요 위축 △준공 증가를 꼽았다. 허 연구위원은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관망세는 강화되고 신규 매수자는 크게 줄면서 가격에 미치는 영향보다 거래량과 분양물량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준공시 중도금 대출 해지와 잔금 납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특성상 원활한 자금 이동이 필수적인데 유동성 제약이 적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하방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전세 발생으로 보증금 반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운 경우, 주택담보대출 제약이 확대된 경우, 임차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잔금 연체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경북, 충남, 경남 등에서는 역전세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고, 거래량 감소, 금융규제 강화로 차입제약 심화 등 잔금 과정의 리스크가 확대될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허 연구위원은 “내년 아파트 준공은 올해 대비 17% 증가한 44만3000가구로 예상된다”면서 “40만 가구를 상회한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전세시장 안정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주거용 부동산은 금리상승 압박, 준공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이 강화되고 있어 거래는 감소하더라도 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도시재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토지와 단독주택에 대한 투자 열기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허 연구위원은 “분양시장도 차별화돼 신혼희망타운 분양 등 양호한 입지의 분양시장 열기는 지속되겠지만, 준공이 많은 기타 지방의 열기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건산연은 내년 국내 건설수주가 올해보다 15.0% 감소한 133조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4년(107조5000억원) 이후 4년 내 최저치로 2015년 이후 3년간 지속된 건설수주 호황국면이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건설수주 감소의 주된 원인은 민간 주택수주가 주택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급감하는 가운데, 공공 수주가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급감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주택 중심으로 민간건설경기가 빠른 하락세를 보이는데다 내년도 SOC예산 감축으로 공공부문이 완충 역할을 해주지 못해 향후 건설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경착륙 방지를 위해 부동산 대책 수위 조절, 정부 SOC 예산의 적정 수준 유지, 민자사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면서 “건설사들도 지난 3년 간의 호황기가 끝나고 향후 빠른 경기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주잔고 확보, 불확실성에 대한 모니터링,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